리디아 고, 20번째 트로피…명예의 전당 '1점' 남았다

입력 2024-01-22 19:07   수정 2024-01-23 00:58


단 두 번의 톱10. 리디아 고(한국 이름 고보경·27·뉴질랜드)의 2023년은 ‘골프 천재’라는 이름값에 턱없이 부족한 시즌이었다. 작년 9월에는 아칸소(월마트NW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커트 탈락한 이후 남편을 붙들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후로도 자주 눈물을 흘렸다.

새해 들어 리디아 고는 다시 한번 날아올랐다. 22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24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15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투어 통산 20승 고지에 오르며 ‘명예의 전당’에 단 1포인트 앞으로 성큼 다가선 순간, 리디아 고는 눈물 대신 환한 웃음으로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다시 우승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나오지 않는다. 나조차 나를 믿지 못했던 시간에 나를 믿어준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골프 천재, 최악의 부진 겪어
리디아 고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노GCC(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알렉사 파노(19·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의 주인이 됐다.

LPGA투어에서 20승을 넘긴 15번째 선수이자 박세리, 캐리 웹, 로레나 오초아 등에 이어 27세 이전에 20승을 달성한 일곱 번째 선수가 됐다. 이날 대회장에서는 “리디아 고가 경쟁자 파노의 나이보다 더 많은 LPGA 우승컵을 보유하게 됐다”는 농담이 나왔다.

리디아 고에게는 늘 ‘골프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2012년 14세의 나이로 2012년 LPGA투어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투어 역사상 최연소 우승을 따낸 그는 이듬해 2연패를 달성하며 프로로 전향한 뒤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해까지 LPGA투어에서만 19승, 개인 통산 25승을 거뒀고 125주간(누적 기준) 세계랭킹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세계랭킹 1위 릴리아 부(27·미국)가 “10여 년 전 LPGA투어에서 우승하는 리디아 고를 보며 ‘이게 무슨 일이지?’라고 생각했다. 막 고등학생이 됐던 나에게 나와 동갑인 선수의 활약은 충격이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수차례 부진과 부활을 거듭한 리디아 고였지만, 작년은 특히나 뼈아픈 시간이었다. 2022년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를 휩쓸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그는 오랜 꿈이었던 명예의 전당 입회까지 단 2포인트를 남겨뒀다. 하지만 2023년 20개 대회에 출전해 상금랭킹 90위, CME글로브포인트 100위, 평균타수 61위에 그쳤다. 1위였던 세계랭킹은 12위까지 떨어졌다. 역대 최고 상금이 걸려있던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는 전년도 챔피언임에도 출전 자격을 얻지 못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절치부심한 그는 고진영(29)의 스승인 이시우 코치와 손잡고 재기를 준비했다. 그는 “단순해지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샷에 붙어있던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작업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영리한 쇼트 게임 살아나
리디아 고의 최대 강점은 영리한 쇼트 게임이다. 릴리아 부가 “리디아 고는 어디서든 그린을 공략할 수 있는 선수”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는 리디아 고의 전성기 시절 쇼트 게임이 다시 한번 살아났다. 15번홀(파5)에서 그의 티샷은 카트 도로 오른쪽 러프로 빠졌다. 두 번째 샷도 그린 왼쪽 페널티 구역으로 떨어졌다. 타수를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리디아 고는 절묘한 웨지샷으로 핀 바로 옆에 공을 붙였고 버디를 낚아냈다. 이날 그의 우승에 쐐기를 박은 홀이다.

이날 우승으로 리디아 고는 LPGA투어 명예의 전당 입회에 필요한 27점 중 26점을 쌓았다. LPGA투어는 일반 대회 우승 1점, 메이저대회 우승 2점, 그리고 베어트로피(시즌 최저타수상)와 올해의 선수, 올림픽 금메달에 각각 1점을 부여한다.

이제 명예의 전당까지 단 한 발짝 남겨둔 상황. 박인비(37)가 보유한 역대 최연소(27세10개월28일) 입회 기록 경신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리디아 고는 오히려 “골프 자체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저는 내내 명예의 전당을 쫓아다녔어요. 2023년에도 전년과 같은 경기력으로 또 한 번의 멋진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많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골퍼가 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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