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내 무산된 중대재해법 유예, 후폭풍 누가 책임 질 건가

입력 2024-01-25 17:41  

중대재해처벌 확대 유예 법안의 국회 처리가 불발됐다. 어제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가 협상을 벌였으나 중소기업 현장 준비 미흡과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2년 더 유예하자고 한 국민의힘과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끝까지 고수한 더불어민주당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렬됐다. 내일부터 근로자 5∼49명인 사업장 83만여 곳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 법은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사망 또는 부상했을 때 안전관리를 미흡하게 한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징역 또는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웬만한 동네 식당과 마트, 빵집, 카페, 찜질방, 소규모 공사장까지 날벼락이 떨어졌다. 중소기업 90% 이상이 법 시행에 따른 준비가 돼 있지 않고, 절반은 안전관리 인력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소규모 업체 중 태반은 중대재해법에 해당하는지, 어떤 처벌을 받는지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감옥에 가느니 폐업하겠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범법자 양산 우려까지 나온다. 야당에선 ‘공포 마케팅’이라며 그간 뭘 했냐고 하지만, 영세사업자에겐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다. 컨설팅 비용만 수백만~수천만원이 드는데 영세사업자가 어떻게 감당하겠나.

산업 재해를 줄이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법은 애초 탄생하지 말았어야 했다. 도입 직후부터 처벌 규정이 모호해 대응에 한계가 있는 사업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2년간 시행한 결과 중대사고가 오히려 증가하는 등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드러난 마당이다.

법 적용을 피하려고 종업원을 줄이면 그 피해는 약자에게 돌아간다. 야당도 늦었지만 유예 법안이 이달 임시국회 내에라도 처리되도록 협조해야 한다. 정부의 사과, 재정 지원,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등 자꾸 이런저런 조건을 내걸고 반대한다면 그 후폭풍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건가. 고용노동부에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있는 마당에 정부 조직을 확대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정부도 법 시행에 따른 혼란이 없도록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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