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의 상쾌한 하루] 태양왕도 굴복시킨 치루

입력 2024-01-28 17:43   수정 2024-01-29 00:13

대장항문외과 의사들이 가장 흔히 접하는 질환은 배변 시 피가 나는 치핵이다. 의사들을 곤란하게 하는 질환은 항문 주위에서 고름이 나오고 통증이 심한 치루다. 수술해도 재발이 흔해서다.

치루는 항문 주위 피부와 항문관 또는 직장 사이의 연결 통로에 생기는 질환이다. 항문관에는 배변 시 윤활 작용을 하는 물질을 분비하는 항문샘이 4~10개 존재한다. 이 항문샘이 감염되면 고름 주머니를 형성한 뒤 피부 쪽으로 저절로 터진다. 감염 외에 결핵, 크론병, 암 등의 다양한 원인 탓에 2차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치루는 역사적으로 외과의사의 지위를 높인 질환으로 유명하다. 17세기 프랑스 루이 14세(사진)는 ‘태양왕’으로 불릴 정도로 절대권력을 휘둘렀다. 달콤한 디저트를 상식한 탓에 발생한 충치 때문에 심한 두통을 겪다가 전체 치아를 발치했다. 이 과정에서 입천장뼈가 천공돼 물을 마시면 코로 나왔다.

설상가상 당시 미신 때문에 목욕도 자주 하지 않아 항문 위생도 나빴다. 그 결과 항문 주위 농양에 이어 치루로 수년을 고생했다. 그 당시만 해도 외과의사는 의사 취급을 받지 못했다. 수술 부작용으로 사망도 흔한 시기여서 누구도 선뜻 수술하겠다고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샤를 프랑수아 펠릭스라는 의사가 성공적으로 루이 14세의 치루를 완치시킨 뒤 의과대학에 외과학 과목이 개설됐다. 왕립외과학회도 창설됐다.

치루의 흔한 증상은 배변과 관계없이 항문 주위 피부에 발적이 생기고 통증이 지속되며, 피부에 생긴 구멍을 통해 고름이 나오는 것이다.

치료법은 수술로 치루 누관을 제거하는 것이다. 염증이 심하면 항생제를 사용해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될 수 있으나 몇 주 내지는 몇 개월 후 다시 재발한다. 일반적인 종기는 균이 들어가는 입구와 배농을 시키는 출구가 동일한 위치에 있어 배농시키면 치료가 용이하다. 하지만 치루는 균이 들어오는 입구와 농이 배농되는 출구가 다른 부위에 있다. 출구가 막혀도 균이 들어오는 입구가 막히지 않으면 계속 균이 주입돼 완치되지 않고 흔하게 재발한다.

그러므로 입구와 출구를 포함한 누관을 완전히 제거해야 완치할 수 있다. 바깥 구멍이 항문에서 가깝게 위치해 내괄약근만 절개해도 되는 경우는 괄약근의 손상이 심하지 않아 대변실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안 구멍이 직장까지 올라간 복잡 치루의 경우 누관을 절개하거나 제거하는 과정에서 내괄약근은 물론 외괄약근이 심하게 손상돼 대변실금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고무밴드나 실을 안 구멍과 바깥 구멍 사이에 걸어서 단계적으로 누관을 제거하는 세톤법이나 누관을 제거한 뒤 손상된 괄약근을 봉합해주는 방법이 시행된다. 이런 복잡 치루의 경우 괄약근 손상을 피하면서 누관을 제거하는 치료를 시행하는 관계로 여러 번의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김광호 이대서울병원 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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