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꼼수에 또 당했다"…한국 기업들 미국서 '날벼락'

입력 2024-01-30 16:11   수정 2024-01-30 16:47


세계 최대 상용차 제조사인 독일 다임러가 중국 이브에너지와 합작해 미국에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생산한다. 포드가 중국 CATL의 기술을 받아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짓는 데 이어 중국 배터리가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사례가 또 하나 추가된 것이다. 중국 공급망 배제를 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를 기대하고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해온 한국 배터리 업계에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도 미국 정부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요건에 저촉되지 않는 라이선스 계약 규정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업계에선 한국 배터리사와 파트너십을 이어온 GM이 포드의 기술 라이선스 모델을 본따 중국 배터리사와 합작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다임러트럭과 미국 상용차 업체 커민스 산하 아셀레라, 파카는 최근 미국 LFP 배터리 공장 부지를 미시시피주 마샬카운티로 확정했다. 이들 세 회사는 앞서 미국 내 배터리셀 생산을 위해 합작법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새 공장은 연 21GWh 규모로 오는 2027년 가동을 시작한다.

이 합작법인의 배터리 기술 파트너는 중국 이브에너지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기준 세계 9위, 중국 5위 업체다. 이브에너지는 합작공장의 배터리셀 생산을 사실상 도맡으면서도 지분은 10%만 보유하기로 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치권의 '중국 디리스킹' 정서를 의식해 지분율을 최소한으로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국 자본의 지분율이 25% 이상인 합작법인을 해외우려단체(FEOC)로 지정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IRA 규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이번 합작으로 이브에너지는 궈시안과 CATL에 이어 미국에서 직접 배터리를 생산하는 세 번째 중국 배터리 업체가 됐다. 미국 정부의 IRA 방어벽에도 불구하고 LFP 배터리를 무기로 중국 배터리사들이 완성차 업체와 손잡고 속속 우회로를 뚫고 있는 것이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당장 저가형 LFP 배터리가 필요한 완성차 업체들로선 중국 외 대안이 없는 상태"라며 "미국 정부도 이런 현실을 고려해 우회로를 열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포드는 CATL과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미국에 LFP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을 최대 주주로 들이고 스위스 증시에 상장해 '중국색'을 지운 궈시안 역시 미국 내 배터리 공장 두 곳을 짓는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와 합작하고 있는 GM도 중국 업체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GM은 최근 미국 정부에 "라이선스 계약의 주체가 FEOC로 지정되지 않도록 고려할 수 있는 요소를 자세히 알려달라"고 문의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GM도 LFP 배터리 조달을 위해 중국 업체와 합작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 쩡위친 CATL 최고경영자(CEO)는 "포드와의 기술 라이선스 합작 모델을 바탕으로 더 많은 유럽·미국 완성차 제조사, 심지어 배터리 업체와도 라이선스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직 LFP 배터리 생산 능력이 없는 한국 배터리 업계엔 우려 요인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전기차 가격 전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에 대한 수요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까지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에 집중해온 한국 업체들은 2026년에나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LFP 배터리 점유율은 2019년 3%에서 지난해 30%를 돌파했다"며 "글로벌 전기차 업체 대부분이 LFP 배터리 채택을 확정하고 있어 중국 업체들에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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