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콕 찍어준 종목, 사두면 무조건 돈 번다"…여의도 술렁 [돈앤톡]

입력 2024-01-31 10:37   수정 2024-01-31 13:24


"앞으로 뛸 종목들이라고 사실상 정부가 찍어준 것 아닌가요? 사두면 무조건 먹을 수 있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주식시장인데 이런 '불패(不敗) 신화'가 적용되는 종목이 세상에 어디에 있냐고요? 지금 시장에선 '저PBR주'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번 주 만난 여의도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짧게는 올해 안으로, 길게는 5~6년까지도 거저먹을 수 있는 종목들이라는데요.

최근 윤석열 정부의 정책 예고가 있은 뒤 예상 수혜주들이 번갈아 가며 급등하고 있습니다. 정책이 뒷받침되면서 장기간 고공 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짙습니다. 단순 테마주의 급등은 아니라는 겁니다.
때아닌 저PBR주 붐…쏟아지는 문의에 증권가 '비상'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9~30일 금융과 자동차, 지주, 유통, 유틸리티 등 PBR이 낮은 업종들의 지수가 크게 올랐습니다. 코스피 보험지수가 무려 5.64% 뛰었고 유통업(4.5%)과 전기가스업(3.59%), 증권(3.49%) 등도 상승했습니다. 대체로 시장의 관심 밖에 있던 업종들이 며칠 만에 증시를 이끄는 주체가 된 겁니다.

세부 종목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보험업에서 미래에셋생명(26.39%), 한화생명(13.37%), 유통업에서 한화갤러리아(14.78%), 이마트(10.8%), 롯데백화점(10.08%), 화학업종에서 태광산업(19.45%), 자동차업종에선 기아(3.81%), 현대차(1.44%) 등이 급등했습니다.

이들은 앞서 지난 17일 금융위가 내놓은 2024년 업무 추진계획 속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정책 개요만 발표돼서 시장의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때 아닌 붐을 일으켰습니다. 이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주도주 부재 속에서 시장 참여자들에 의해 '발굴됐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가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기 위해 일본 정책을 벤치마킹한 겁니다. 정부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을 상대로 "정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출하라"고 지시할 계획입니다. 한 마디로 주가가 왜 저평가 됐는가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 보고 어떻게 올릴지 계획을 적어내라는 얘기입니다.


집중 타깃 대상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에서도 PBR 1배 이하의 기업들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들 기업의 PBR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만년 숙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일조하려는 것이죠. 다만 방안은 골자만 나온 상태고 세부적인 계획은 1분기 중 구체화될 예정입니다. 기업들에게 얼만큼의 강제성을 띨지도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불확실성 만큼 시장을 들뜨게, 혹은 불안하게 하는 요인도 없죠. 시장에 큰 반응이 오다보니 애널리스트들은 저마다 "이 업종에도 저PBR주 있다"며 앞다퉈 보고서를 내놓았는데요. 이들은 현재 기관과 개인, 언론 등 폭주하는 전화 문의에 눈코 뜰 새가 없다고 합니다.
PBR 뭐길래…'만년 저평가' 일본은 효과 봤다
PBR이란 회사가 보유한 자본 대비 시가총액이 얼마나 큰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다시 말해 회사 시총이 그 회사가 가진 자산가치보다 작은지 큰지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셈이죠.

회사가 들인 자본과 시장에서 인정하는 값어치가 같을 경우 PBR은 1배가 됩니다. 때문에 PBR값이 크면 시장에서 해당 기업이 실제가치에 비해 고평가되고 있단 뜻이고 1보다 작을 경우에는 저평가되고 있단 뜻입니다. PBR은 통상 가치주를 발굴할 때 필수적으로 활용됐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 평균 PBR(확정실적 기준)은 0.91배입니다. 2022년 6월 이후로 1배를 넘어선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하향 추세여서 이대로 두면 1배를 넘기는커녕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정부는 한국과 많은 게 비슷한 일본의 성공사례를 본뜨고자 하는데요. 일본은 앞서 '저PBR주 개선'을 적극 추진해 증시를 호황으로 이끈 바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PBR 1배 이하 상장사에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결과를 내지 못하면 상장폐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도쿄증권거래소는 올해부터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적어서 낸 기업들 명단을 달마다 공표하고 있습니다.

최근 도쿄증권거래소가 발표한 업계 참여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PBR 1 이하 공시 대상기업 3300여곳 중 1115곳이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주주를 위한 경영 개선계획을 적거나 적을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PBR이 낮은 기업일수록, 또 시가총액이 큰 대형사일수록 참여도가 컸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대표적 저PBR 업종인 은행주들이 94%로 대부분 참여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여의도 전문가들 "정부가 족집게로 나선 종목들…지금 젤 싸다"
결국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틀간 급등한 종목들을 '지금 사도 되는가'일 겁니다. 복수의 애널리스트와 운용사 대표들에 물어보니 전자의 질문에 대한 답은 이구동성으로 "그렇다"였습니다. 뉘앙스는 "사도 된다"가 아닌 "사야 한다"에 가까웠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나서서 연구기관에 일본 사례 분석을 주문할 정도로 정부 입장은 꽤 강경합니다. 때문에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개선책에 맞설 걸림돌은 없을 것이란 게 이들 분석입니다. 가치주 펀드를 굴리는 운용사들도 벌써부터 최대 수혜주를 발라내는 등 대응에 나선 상태입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경제정책 등과 관련해선 우리나라와 일본은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받는 경향이 있다. '일본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못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심리를 자극하는 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유통·금융주의 급등은 '비정상의 정상화' 초입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도 상승여력이 상당하다. 윤석열 정부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상식적으로 봐도 지금 투자하면 잃을 일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안형진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저PBR주가 급등한 것은 해당 주식들이 애초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수급이 빈 집들이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종목들을 찍어줬다고 봐도 무방한 만큼 주가 상승이 확실하게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PBR주는 너무 많습니다. 전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PBR 1배 미만인 종목은 무려 540여개입니다. 이 가운데 무엇을 사야 하는 걸까요? 아직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발표되진 않았지만 후자에 대해서도 답안지는 어느정도 나온 상태입니다. 증권가가 겹치게 추천하는 종목들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들어 수많은 증권사 퀀트·투자전략 애널리스트들이 나름대로 조건을 걸고 추린 수혜주 목록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PBR 1배에 한참 못 미치면서 △현금흐름이 양호하고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으며 △부채비율이 낮아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위주로 추렸습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부양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중장기적으로 접근해 볼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저평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가 PBR이기 때문에 저PBR주에 큰 관심이 쏠린 것 같다"며 "하지만 PBR이 낮다고만 해서 무작정 투자하는 것은 여느 테마주와 다를 바 없다. 그 중에서 주주환원책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기업들을 선별해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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