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세대출 '갈아타기' 시작하니…시중銀, 하루 만에 금리 0.5%p 내렸다

입력 2024-01-31 16:01   수정 2024-01-31 18:07


주요 시중은행들이 31일 전세대출 금리를 하루 만에 최대 0.5%포인트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은 오전에 고시된 전세 대환대출 금리를 오후에 추가 인하하기도 했다. 정부 주도로 도입된 비대면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이날 시작되자 소비자 이탈을 막으려는 은행권의 금리 경쟁이 본격적으로 가열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환대출 서비스로 인해 신규 취급 전세대출 금리마저 빠르게 내려가면서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가 보다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총자산 기준 국내 1위 시중은행인 국민은행은 이날 신잔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되는 변동금리형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연 3.82~5.22%로 책정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 은행의 동일 유형 전세대출 금리는 연 4.32~5.72%였다. 하루 만에 같은 전세대출 상품의 최저금리와 최고금리가 모두 0.5%포인트 인하된 것이다.

국민은행이 판매하는 다른 유형의 전세대출 상품도 마찬가지로 이날 금리가 큰 폭으로 인하됐다. 신규코픽스에 연동되는 국민은행의 변동금리형 전세대출 금리는 지난 30일 연 4.62~6.02%에서 이날 연 4.12~5.52%로 0.5%포인트 낮아졌다. 금리가 2년 동안 고정되는 고정금리형 전세대출은 같은 기간 연 3.63~5.03%에서 연 3.46~4.86%로 0.17%포인트 인하됐다.

농협은행은 갈아타기 서비스가 개시되기 이틀 전인 지난 29일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금리 변동 주기가 6개월인 농협은행의 은행채 연동 전세대출 금리는 지난주 마지막 영업일인 26일까지만 해도 연 3.98~5.68%였다. 하지만 이주 첫 영업일인 지난 29일엔 연 3.55~5.75%로 조정됐다. 최저금리 기준 전세대출 금리가 1영업일 만에 0.43%포인트 인하된 것이다.

시중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의 금리가 하루 만에 0.4~0.5%포인트나 오르고 내리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은 대출액 단위가 수억원 수준으로 큰 만큼 0.01%포인트의 금리 변동만으로도 소비자가 느끼는 이자 부담의 변화가 크고, 은행의 대출 유입액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은행들이 앞다퉈 전세대출 금리를 대폭 인하한 것은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작된 상황에서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으면 대규모 소비자 이탈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대출자가 시중은행에서 전세대출을 갈아타기 위해선 복잡한 서류 작업을 거쳐 은행 창구를 직접 찾아가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정부 주도로 구축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간편하게 전세대출을 갈아탈 수 있게 됐다. 차주 입장에선 불편함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금리가 조금이라도 낮은 곳으로 대출을 갈아탈 유인이 커진 것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신용대출부터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까지 비대면 대환대출로 옮겨갈 수 있게 되면서 경쟁사의 대출 금리를 보다 민감하게 모니터링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신한은행은 이날 오전에 고시한 전세 대환대출 금리를 영업시간 중간에 수정했다. 당초 신한은행은 신잔액 코픽스에 연동되는 변동금리형 전세대출(주택금융공사 보증) 갈아타기 금리를 연 4.09%로 고시했지만, 오후 3시께 연 3.84%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은행이 동일 영업일 내에 고시한 금리를 수정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금리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되고 있는 가계부채 급증 문제가 정부의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으로 인해 보다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그동안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가 구축되더라도 주담대와 전세대출 모두 대출 한도가 기존에 차주가 빌린 대출잔액 한도 내로 제한되기 때문에 가계부채 자극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금리 인하 조치들이 모두 신규 취급 전세대출에 적용되는 것처럼 대환대출 금리뿐만 아니라 신규 취급대출 금리까지 빠르게 내려가면서 대출 급증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월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요 은행 가운데 이날 기준 전세 갈아타기 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로 조사됐다. 신규 코픽스에 연동돼 6개월마다 금리가 변하는 케이뱅크의 변동금리형 전세대출 금리는 이날 연 3.39~5.99%다. 카카오뱅크의 전월세보증금대출 갈아타기 금리는 같은 유형 기준 연 3.433~4.627%로 정해졌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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