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떼의 공격이 시작됐다"…삼성 목덜미 노리는 그들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4-02-03 10:31   수정 2024-02-04 07:08

이 기사는 02월 03일 10: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년 동안 한국에서 먹고 자면서 분석했죠."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적잖은 해외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한국에 입국했다. 이들은 서울 모처의 오피스텔을 잡고서는 1년 넘게 살았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이들이 한국에서 정보를 수집하며 삼성 등의 지배구조 공격 전략을 짰다고 전했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도 그들 가운데 하나였다. 이 펀드는 2015년 삼성과 2018년 현대자동차의 지배구조 개편 때 모습을 드러내 기습에 나선 바 있다. 당시 공격으로 재미를 본 헤지펀드들이 다시 세를 규합하고 있다. 이른바 ‘울프팩(wolf pack·늑대무리) 전략’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지난 2일 안다자산운용, 씨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는 삼성물산에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세 곳은 삼성물산 지분을 1%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받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3년 기말 배당으로 7300억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31일 삼성물산은 1조원대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관들은 "이 정도로는 주가 저평가를 해소하기 어렵다"며 "추가로 자사주 5000억원어치를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과 별도로 영국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털도 지난해 말 삼성물산에 5000억원어치의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물산을 겨냥한 헤지펀드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헤지펀드가 뭉쳐서 공격하는 이른바 ‘울프팩 전략’을 본격화했다는 분석도 있다. 울프팩 전략은 행동주의 펀드 여러 곳이 뭉쳐서 한 기업을 공격하는 것을 뜻한다. 늑대가 사냥할 때 무리를 구성하듯 공시 의무가 없는 5% 미만 지분을 확보한 뒤 행동주의 투자자들을 규합해 공세에 나서는 ‘가성비’ 높은 공격법이다. 한 외국계 로펌 변호사는 “글로벌 헤지펀드끼리는 교류가 활발하다”며 “유명 헤지펀드가 어느 기업에 투자했다는 소문이 돌면 다른 펀드들도 지분을 사들여 암묵적으로 연대하곤 한다”고 전했다.

이들도 울프팩 전략을 바탕으로 삼성물산의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여론몰이에 나설 전망이다. 이를 통해 소액주주의 연대를 얻어내 주총에서 대주주와 표 대결을 벌이거나, 원하는 수준의 주주환원책을 얻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울프팩 전략에 한 번 밀리면 행동주의 펀드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그만큼 '백기사(우호 주주)' 규합과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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