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8800억원. 지난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낸 '영업손실'이다. SK하이닉스 영업적자(7조7303억원)보다 92.5% 더 많다.
영업적자에 현금 흐름 부진까지 겹친 삼성전자는 올해 초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직원들에게 성과급(OPI·초과이익성과급)을 주지 못했다. OPI는 개별 사업 부문이나 사업부가 직전 연도에 세운 목표 실적을 달성했을 때 그 초과분의 20%에 대해 개인 연봉의 최대 50%를 직원에게 연초에 지급하는 돈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초 13조원 안팎의 영업이익 목표를 직원들에게 제시했었다.
올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임원들은 자진해서 연봉 동결에 나섰다. 지난달 17일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등 삼성전자 DS부문 임원들이 지난해 경영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올해 연봉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DS부문 직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이후 9년간 2019년(29%), 2020년(47%)을 제외하곤 매년 연봉의 50%를 받은 영향이다. "50%를 받은 모바일경험(MX)사업부 등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직원들에게 자사주 15주와 격려금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연간 단위론 SK하이닉스도 영업적자를 냈지만 작년 4분기만 놓고보면 34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경제계에선 노조가 사측에 다양한 복지혜택 확대를 요구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회사가 위기인 상황에선 '자중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계현 사장도 최근 열린 DS부문 직원 대상 타운홀미팅에서 '올해 실적이 개선되면 직원들에게 보상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지금까지 만나 본 삼성전자 DS부문 임직원들의 지적 능력과 호기심, 사명감은 경쟁사를 앞서고, 이것이 삼성 반도체 사업의 저력"이라며 "지금은 노사가 한마음으로 합쳐 위기를 극복하고 사업 정상화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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