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 건보 고갈 시점 늦춰졌다…누가 맞을까?

입력 2024-02-04 17:52   수정 2024-02-04 18:14


정부가 4일 발표한 제2차 건강보험 종합운영계획에 담긴 향후 5년 간의 재정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보 재정이 올해부터 대규모 적자 국면에 돌입해 4~5년 뒤면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란 기존 전망들과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라서다.

일각에선 정부가 최근 내놓은 필수의료 패키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등 지출 확대 정책이 재정적으로 감당 가능하다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무리하게 지출 증가 속도를 늦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5년 뒤인 2028년에도 건강보험 적립금이 28조4209억원 가량 남아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건보 당기수지가 올해 2조6402억원, 내년에도 4633억원 흑자를 기록한 뒤 2026년에야 적자로 돌아서면서 한동안은 건보 재정에 여유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적자폭도 2026년 3072억원에서 2028년 1조5836억원으로 점차 커지긴 하지만 적립금 규모에 비해선 작은 편이다.



이 같은 전망은 그간 국회와 정부가 제시했던 수치와는 차이가 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3~2032년 건강보험 재정전망’에서 건보가 고령화에 따른 지출 폭증으로 올해부터 구조적인 적자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 내다봤다. 올해 1조4000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2028년이면 적립금이 모두 고갈될 것이라 예상했다. 2028년 예상 적자폭은 10조7000억원으로 정부 예측(1조5836억원)의 7배에 달한다.

이번 전망 이전 정부측에서 수행한 마지막 추계인 2020년 건강보험공단 재정전망에 따르면 건보는 2023년 1조4000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2028년 적자폭이 8조9000억원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 내다봤다. 적립금 고갈 시점은 예정처와 같은 2028년이다.



복지부는 이처럼 재정 전망이 다른 주요 이유로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줄어든 의료이용이 지난해 방역조치가 해제된 이후에도 크게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 추계들은 2023년이 끝나고 의료 회복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전망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예정처는) 코로나19 이후 의료 이용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우리가 실적을 봤을 땐 과거처럼 9%, 10%씩 증가한 게 아니라서 지출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정처는 국내총생산(GDP) 중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한 뒤 그 중 건보 재정을 구분하는 장기 추계에 주로 활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복지부 추계는 최근 인구 동향과 의료 이용 변화 등 미시적인 부분까지 감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건보 총 지출이 올해 96조2553억원에서 2028년 126조8037억원으로 32% 늘어날 것이라 내다봤다. 반면 예정처는 올해 총 지출이 100조2000억원으로 100조원을 돌파한 뒤, 2028년 144조4000억원으로 44% 가량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를 두고 정부가 최근 내놓은 필수의료 확대, 간병 대책 등 지출 확대 요인을 상쇄시키기 위해 전체적인 의료 이용 증가 속도를 늦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민생토론회에서 필수의료 대책을 소개하며 "건강보험 적립금을 활용해 필수 의료에 10조원 이상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향후 5년 간 필수의료 수가 집중 인상, 공공정책수가 신설 등 필수의료 패키지에 투입되는 건보 재정만 최소 10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오는 4월 총선을 겨냥해 내놓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엔 4년 간 10조7000억원의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문제는 ‘돈을 쓰는’ 지출 대책은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반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들은 대부분 중장기 ‘과제’로 맡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복지부는 이번 종합계획에 피부양자 축소, 부과 대상 소득 확대, 혼합진료 금지 등 지출 통제 대책들을 담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제도 개선 시기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해관계자와의 협의가 필요한 이슈인만큼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복지부 설명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대면 진료가 제한되며 의료 이용이 줄었지만 2023년 한 해 흐름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며 "올해부터 비대면 진료도 사실상 허용되면서 이용량은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추계가 맞아떨어지려면 피부양자 축소나 혼합진료 금 등 제시한 지출 통제 대책들을 속도감 있게 시행해 이용자들에게 명확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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