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승환 서울대학교기술지주 대표, “대학의 시대적 소명 변화에 따른 서울대학교 기술지주의 투자사로의 도약"

입력 2024-02-05 23:13   수정 2024-02-05 23:14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 대학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이 보유한 유망기술을 사업화하고 학내 전문인력의 창업을 지원한다. 서울대학교기술지주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펀드를 결성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TIPS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기업을 육성한다. 2008년 창립한 서울대기술지주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총 12개 펀드를 만들어 180개가 넘는 초기창업기업에 투자했다. 운용하는 자산 규모만 1,000여억 원에 달한다.

목승환 서울대학교기술지주 대표는 “기업가치가 천억 원을 돌파한 투자기업이 10개가 넘는다”며 “서울대기술지주는 그것을 STH 천억 클럽으로 명명하고 국내 대학 기술지주는 물론, 액셀러레이터 중에서도 손꼽히는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목 대표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기술지주에서 만났다.



목승환 서울대학교기술지주 대표
전) 더벤처스 투자이사
전) ‘나무앤’ 창업
전) SK커뮤니케이션 금융신사업 팀장

대한민국 대표 대학, 꾸준히 스타트업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울대 발전기금이 1조 원 정도를 취급할 때, 하버드와 스탠퍼드 발전기금은 70조 원 수준입니다. 하버드, MIT, 스탠퍼드 등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벤처투자 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펀드는 주로 대학의 기금을 출자해 조성되며, 대학의 교수진, 연구원, 학생 등과 협력해 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관리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하버드 대학의 벤처투자 펀드인 Harvard Management Company(HMC)가 있습니다. HMC는 2023년 기준 507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학 기술지주의 전체 펀드 운용 규모는 3000억원 정도이고, 그중 1/3을 서울대학교가 운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학생들이 대학에서 먹고, 자고, 살고, 연구한 결과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과 혁신으로 이어집니다. 대학은 이런 기업에 투자해 큰 투자수익을 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체계가 구축됐습니다. 물론 성공한 기업가들의 기부도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대학의 연구 성과가 창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가졌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대학이 교내외 창업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는 서울대만 유일하게 세계에서 창업자를 많이 배출한 대학 100위 안에 듭니다. 저희가 78위인데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100위 안에 드는 대학이 10개 정도는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창업가를 많이 배출한 서울대가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서울대기술지주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TIPS(팁스) 운영사입니다. 팁스는 유망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민간 투자사와 정부가 함께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최대 7억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서울대기술지주는 매년 높은 팁스 매칭 성공률을 기록해 왔고, 지금까지 팁스 기업을 70여개 넘게 육성했습니다. 이밖에 GS 오픈이노베이션, 경기도 민간투자연계형 기술창업지원사업(Wings) 등 각종 초기기업 지원 사업을 토대로 성공적인 창업육성 및 Exit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 엔젤투자 활성화 유공 상에서 개인투자조합 부문 수상,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에서 우수 기술사업화 지원기관 부문 수상 등의 성과도 냈습니다. 저희가 첫 투자한 기업들 중 성공적인 기업도 많이 키워냈습니다. 대표적으로 리벨리온, 트래블월렛, 루센트블록, 어썸레이 등이 있습니다.
리벨리온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총 2,700억원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트래블월렛은 글로벌 결제 및 IT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누적 투자액은 700억원입니다. 루센트블록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 누적 투자 규모는 340억원입니다. 어썸레이는 탄소나노튜브 섬유 및 필름 소재, 차세대 X-선 발생장치, 공기 살균정화 모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2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서울대기술지주의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부분을 꼽자면
“서울대기술지주는 단순히 돈을 불리는 것보다, 세상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기업을 찾아 투자하고 사회적 부가가치를 키우고 있습니다. 대학기술지주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투자사가 할 수 있는 역할 이상으로 ‘생존' 자체를 고려하여 스타트업을 찾고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후테크, 헬스케어, 에너지, 푸드테크, 대체에너지, AI 등 섹터에 집중하여,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인류 생존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또 한가지의 관심분야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의 혁신이 기존 관 중심뿐만 아닌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 믿음 하에 에듀 테크 스타트업에도 투자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희의 포트폴리오 스타트업들이 인간 생애의 발달 전주기의 교육을 포괄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유아기(키두, 올디너리매직), △초등(밍글링), △중고등(제로엑스플로우), △대학생(트랜스버스)입니다.”



투자 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일반적인 투자자들은 투자할 때 두 가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투자한 회사가 얼마나 스케일업을 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엑싯할 수 있을 것인지를 봅니다. 그러나 서울대기술지주는 그 두가지와 더불어 그 이상의 다른 것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세상의 부가가치를 올려주는 사업에 집중하고 투자하며 좋은 성과를 낸 후에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대표와 팀에 투자하고자 합니다. 또한 그릿(Grit)을 봅니다. 그릿은 뭔가를 끈질기게 해내는 힘이라고 하죠. 그 힘이 있으면 상황이 어떻든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릿이란 것은 실행력입니다. 아이디어가 차지하는 역할은 1~2%, 사업기획이 3~4%라면 나머지는 전부 실행력입니다. 우상향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팀에 집중합니다.
분야에 있어서는 세상을 혁신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를 보고 있지만 특히 최근에는 인류의 생존에 기여할 수 있는 생존 키워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저희가 원하는 인재이면서 투자하고 싶은 대표는 ‘PREG 형 인재’입니다. 긍정적이고(Positivity), 책임질줄 알고(Responsibility), 체력과 정신적으로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는(Energy), 끝내 해내고야 마는(Grit) 인재입니다.”

왜 생존이 중요한가요
“요즘 정말 많이 물어봅니다. ‘뭐가 뜰 거 같냐’ ‘어떤 분야가 돈이 될 거 같냐’ 같은 질문이요. 사실 기술 트렌드가 너무 빨리 바뀌죠. 자율주행이랑 바이오가 떴다가, 그다음은 이차전지, AI, 로보틱스였습니다. 요즘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기술입니다. 에너지, 기후테크, 스마트팜, 신약같이 인간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분야를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영화 ‘오펜하이머’의 인기가 정말 뜨거웠죠. 보고 나서 딱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인류의 욕망은 돌이킬 수가 없다’ 이건 지금 시대에도 유효하다고 봅니다. 일단 원자폭탄이 만들어지면 수소폭탄이 만들어지는 건 시간문제였습니다. 환경 문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구가 병들고 기후 위기가 닥치고 있지만, 발전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결국 파멸을 막아낼 수 있는 건 인공태양, 초전도체 같은 어마어마한 기술 진보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십수만 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태풍이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존에 관한 문제 해결에 진심인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려 합니다.”



생존 키워드와 어울리는 투자 스타트업 있나요
“좋은 곳이 많지만, 그중 생존과 관련해선 퓨어스페이스와 텔로팜, 큐리에이터가 기억에 남습니다. 퓨어스페이스는 광촉매 기술을 활용해 농산물 유통과정에서 신선도 유지를 돕는 기업입니다. 저온으로 유통되는 신선 농산물의 유통기한을 늘리고 폐기율을 크게 낮췄습니다. 롯데마트, 농협 같은 국내 주요 유통기업은 물론 미국 월마트, 터키 A101 등 해외 유통업체와도 협업 중입니다. 기술을 통해 식량 자원의 유통을 효율화한 좋은 사례입니다.
텔로팜은 식물의 말을 듣는 스마트팜 솔루션 기업입니다. 식물에 반도체 칩을 넣어 수분의 흐름을 읽어내는 거죠. 자체 기술로 텃밭에서 토마토를 기르는데, 물은 적게 쓰는 데도 당도가 엄청 높습니다. 수자원을 절약하면서도 농산물의 품질은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아보카도에도 텔로팜의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큐리에이터는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인체장기칩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기존에는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실험이 필수였습니다. 실제 환자에게 개발 중인 약을 투약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인체장기칩은 환자의 인체 조직과 특성을 모방하기에,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인체 반응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동물과 인간의 종간 차이로 인한 문제도 줄일 수 있습니다.”

지원한 스타트업 중에 성공 사례를 꼽자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리벨리온, 환전해외 결제 플랫폼 트래블월렛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기업들은 오직 사업기획서만 있을 때 저희가 최초 투자한 기업이라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리벨리온은 8000억원에 육박하는 몸값을 인정받고 총 2700억원 투자를 유치했으며 지난해 삼성전자와 손잡고 차세대 칩 개발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국내 AI 반도체 비상장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달성했습니다. 또한 트래블월렛은 사전 환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덕분에 지금까지 400만 명이 사용 중인 서비스입니다. 2023년 쟁쟁한 신용카드사들을 제치고 해외 결제 1등을 달성했습니다. ”

학내 창업 기관과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이 되나요
“서울대기술지주는 산학협력단이 출자하여 만들어진 투자 전문 주식회사입니다. 서울대기술지주는 창업 및 투자 조직에 대해 전문화된 서울대학교 유일한 투자사입니다. 기획 창업, 교원 창업 대상 투자에 지속해서 협력하고 있습니다. 산학협력단과는 지식 재산 관련된 전반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창업지원단에 일어나는 연계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현재 창업지원단이 주관하는 비더로켓, 더비기닝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비더로켓은 학내뿐만 아니라 학외, 더비기닝은 학내 대상으로 진행합니다.”

서울대기술지주가 추구하는 목표는
“더 좋은 투자자가 돼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을 많이 발굴해 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펀드 규모도 계속 늘려가고, 투자도 많이 할 예정입니다. 좀 더 구체적인 수치로 말하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을 10개 정도 창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미 투자한 2개 기업(리벨리온, 트래블월렛)은 유니콘을 목전에 두고 있고, 충분히 가능성 있는 기업들도 많습니다.”

2024년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처럼 진정성 있는 투자를 지속적으로 할 것입니다. 기업들을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해외로 투자 시장도 넓힐 것입니다. 이미 미국, 싱가폴 등에서 해외 파트너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해외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모멘텀을 만들어보겠습니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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