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안오고, 한국인 나가고…유통가 '설 특수' 실종

입력 2024-02-06 18:13   수정 2024-02-14 16:19


“예전엔 춘제(중국 설) 전주부터 중국 여행사와 따이궁(보따리상)의 문의 전화가 폭주했는데 올해는 잠잠해요. ‘춘제 특수’가 옛말이란 게 실감 나네요.”

6일 서울 시내의 한 면세점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한때 국내 유통가 ‘최대 대목’으로 꼽혔던 중국 춘제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 중국 내 경기 불황,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겨서다. 이와 달리 설 연휴를 맞아 해외로 나가는 한국인 여행객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명동 등 주요 상권과 유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다.
中 “한국 여행, 한물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춘제 연휴(2월 10~17일) 8일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약 8만5000명으로 예상된다. 춘제 연휴가 통상 7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가 더 늘어났는데도 코로나19 전인 2019년 10만9566명에 크게 못 미친다. 코로나19가 터진 직후인 2020년 8만6800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7년 ‘사드 사태’ 직전 14만7133명보다 40% 이상 줄었다.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지 않는 건 경기 불황의 영향이 크다. 이현진 한국관광공사 중국팀장은 “중국 내 경기가 악화하고, 한·중 관계가 안 좋아지면서 방한하는 중국인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올 춘제 연휴엔 사상 최대 규모인 90억 명(연인원·인원 수×일수)이 이동할 예정이지만, 이 중 80%가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로 나가기보다는 중국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대다수란 뜻이다.

중국인 사이에서 ‘한국 여행은 한물갔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영향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내에서 한국 관광 선호도가 낮아졌다”며 “일본 태국 등과 비교하면 한국은 외국인 친화적 관광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가성비 여행’ 이미지가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도 지난해 12월 “한류가 유행하면서 중국 젊은이들이 대거 한국으로 향했지만, 이제는 흥미를 잃은 상태”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남아있는 내국인이라도…
가뜩이나 중국인은 안 오는데 설 연휴에 해외로 떠나는 한국인은 작년보다 많아졌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설 연휴(2월 9~12일) 해외여행 상품 예약 건수는 작년 연휴 대비 106% 증가했다. 모두투어(78%), 노랑풍선(50%) 등도 예약 건수가 늘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거리가 멀지 않은 베트남 일본 등이 특히 인기”라고 했다. 베트남 저비용항공사(LCC) 비엣젯은 설 연휴 기간 한국~베트남 항공편을 760편 늘리기로 했다.

중국인 관광객 회복을 기대하던 명동 상권은 춘제 특수를 포기한 상태다. 명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 관광객이 오긴 하지만 중국인의 빈 자리를 메우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춘제 수혜주’였던 면세점과 호텔은 그나마 남아있는 내국인 수요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명동점에서 내국인 대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넘으면 초과분을 자사 LDF 페이로 보상해주는 프로모션까지 내놨다. 중국인에게만 열어준 VIP 전용 라운지도 최근 국적에 상관없이 개방했다. 신라호텔 등 호텔들도 내국인 수요를 노리고 클래식 공연, 떡국 반상 등이 들어 있는 ‘설캉스’(설+호캉스) 패키지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선아/송영찬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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