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돈 좀 벌어보려다가…" 기막힌 알바에 2억 날렸다

입력 2024-02-12 13:43   수정 2024-02-12 16:29


“환갑, 돌잔치 공간 대여해드립니다. 가격 200만원. 평점 5.0, 리뷰 194개.”

네이버의 한 온라인 쇼핑몰엔 수십~수백개의 리뷰와 평점 5.0점 만점을 받은 상품 수십 개가 올라와 있었다. 이 같은 리뷰들은 모두 최근 몇개월 내 허위로 조작된 리뷰들이었다.

네이버 리뷰를 조작하는 알바에 가담하다가 많게는 수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다수 발생했다. 제품 리뷰를 허위로 작성해주면 알바에게 구매금액과 리뷰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는데 판매자가 알바들의 구매대금으로 다음 사람의 리뷰비를 주는 식으로 돌려막기 하다가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돌려막기'로 지급된 리뷰비

8일 경찰에 따르면 대구달서경찰서는 공간대여 업체 김모 대표를 사기, 횡령 등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알바를 고용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상품의 리뷰 페이지를 조작한 후 이들의 원금과 리뷰비를 돌려주지 않고 있는 혐의를 받는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규모는 80여명으로 피해 금액만 최소 2억원대로 추정된다.

김 씨는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930㎡ 규모의 L 카페를 소비자들에게 일정 기간 대여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웨딩, 환갑이나 돌잔치 장소 등으로 활용했다. 소비자들은 이용 목적에 따라 50만원~200만원의 대여료를 지급했다.

지난해부턴 해당 카페의 온라인상 홍보를 위해 리뷰 알바를 구했다. 피해자 장모 씨는 “김 씨는 네이버 리뷰를 허위로 작성해주면 결제 금액에 따라 5000원~4만원까지 리뷰비를 선지급해줬다”고 했다. 이후 네이버 정책에 따라 구매 확정 기간이 지나면 ‘가구매(가짜 구매)’로 지불했던 알바의 원금도 다시 돌려줬다.

하지만 김 씨는 지난해 말부터 리뷰 알바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현재 피해자들은 작게는 몇십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돌려받지 못했다. 피해자 이모 씨는 “용돈을 벌 수 있단 생각에 네이버 아이디 10여개를 동원해 리뷰를 작성했다”며 “피해 금액이 8000만원에 달한다”고 했다.


김 씨는 알바들이 지불한 결제 금액으로 다음 알바들의 리뷰 알바 금액을 주는 ‘폰지 사기’ 형태로 운영했다. 김 씨는 피해자들에게 "구매자들에게 받은 구매대금을 앞서 구매한 사람들의 대금을 갚는 데 쓰였다"며 "후발 구매자들이 모집되지 않아 구매대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김 씨는 동반 성장기업협회의 사무총장으로 있었던 인물이다. 김 씨는 L 카페의 공간대여 외에도 곶감 등을 판매하는 W 업체의 스마트스토어를 열어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다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소비자는 리뷰 보고 물건 사는데"... 알고보니 전부 '가짜'
업계에선 이를 두고 ‘빈 박스 마케팅’이 교묘히 진화한 형태라고 입을 모았다. 빈 박스 마케팅이란 플랫폼과 배송사가 박스 내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물품을 포함하지 않은 빈 박스만 보낸 후 리뷰를 허위로 조작하는 식의 마케팅이다.

김 씨는 물리적인 공간을 이용하는 공간대여 사업 특성상 물건을 안 보내도 되는 점을 악용해 이러한 리뷰 조작을 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플랫폼에서 제품의 '상위노출 작업'은 공공연한 관행처럼 잡혀 있다. 하루에도 수백~수천개의 경쟁 상품이 올라와 상위 노출 작업을 하지 않으면 온라인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김 씨처럼 자신의 업체를 상위에 노출하기 위해 허위 리뷰 알바 구하는 업체들이 많다. 카카오톡,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소위 '리뷰어'를 구하는 방이 수두룩하다. 1500명이 참여한 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선 "XX 업체의 네이버 리뷰를 작성해주실 알바를 구한다"며 “리뷰를 작성하면 소정의 리뷰비를 제공한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업체들이 많았다.

한 마케팅업 관계자는 "플랫폼이나 택배 회사가 물건이 실제로 배송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가짜 구매자가 리뷰를 조작해도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플랫폼은 알고리즘을 바꿔 판매자들의 부정행위를 차단하려 하지만 일부 업체 등은 검색 엔진의 틈새를 찾아내 '창과 방패의 대결'이 계속되고 있다”며 “플랫폼 외부에서 작당하고 리뷰 조작 알바 구하면 사실상 이런 부분을 제재할 수 없어 사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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