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에 딱 붙어 손실 입히는 따개비…생체접착제 개발 등 활용 '무궁무진'

입력 2024-02-14 16:02   수정 2024-02-14 16:03


바닷가 바위에 부착된 따개비를 떼어 본 경험이 있다면 그들이 얼마나 강력한 접착력을 가졌는지 알게 된다. 따개비는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조간대의 바위, 방파제, 배 표면뿐만 아니라 고래, 거북이와 같은 살아 있는 생물에도 단단히 부착해 살아가는 독특한 동물 중 하나다. 일부 따개비 종은 배 바닥에 정착해 살며 배의 속도를 30~40% 낮추는데 이로 인해 연료 손실 규모가 세계적으로 연간 75억달러(약 9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따개비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액체를 분비해 강력한 접착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에는 따개비가 접착제를 희석하는 바닷물을 밀어내기 위해 오일 성분의 액체를 분비한 뒤 단백질 기반의 접착 물질(따개비 접착제)을 배출한다. 따라서 바닷물에 의해 접착제가 희석되거나 분리되지 않고 다양한 물체의 표면에 단단히 결합할 수 있게 된다. 지난 150여 년 동안 과학자들의 노력을 통해 따개비의 강력한 접착력에 관한 비밀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으나 아직은 미스터리한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지구상에는 약 1550종의 따개비가 보고됐다. 이들은 연근해에서 심해, 그리고 극지방까지 광범위한 서식처에 걸쳐 분포해 있다. 이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박사 김세주)은 연근해와 심해 열수분출구에 서식하는 따개비 4종의 전장 유전체를 분석해 발표했다. 열수분출구 따개비의 유전체를 해독한 것은 세계 최초다.

따개비 유전체는 481메가베이스(Mb)에서 1054Mb의 범위를 갖고 있으며 반복 서열은 20~50%로 확인돼 높은 유전적 다양성과 이형접합성을 나타냈다. 연구원은 따개비 접착제 관련 유전자 구조를 세계 최초로 해석하고 명명법을 수정했다. 유전체 수준에서 따개비 접착제 관련 유전자를 탐색한 결과 CP100A 유전자는 모든 따개비 종에서 발견돼 종 전체에서 기질 정착에 필수적인 단백질임이 확인됐다. 반면 CP52와 CP19 유전자는 연근해 종에서만 확인됐으며 열수분출구 종에서는 볼 수 없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된 따개비 접착제 관련 유전자의 구조 다양성은 따개비 진화 계통학적 분석 결과와 일치했다. 결과적으로 여러 따개비 종은 기질 정착을 위해 공통적으로 필수 단백질을 사용하며 각 분류군에서는 독립적으로 필요한 개별 단백질을 확보하거나 변형하는 방식으로 적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 생물로부터 추출한 천연물질을 의약품으로 활용하는 추세가 바이오시장에서 증가하고 있다. 따개비는 생체접착제 개발 관점에서 과학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따개비 접착제가 마른 표면이 아닌 환경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합성 접착제보다 생체적으로 안전하면서 수중 접착력이 강해 의료용 생체접착제로서 활용 가치가 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생체접착제 시장은 2022년 63억달러(약 8조3000억원)에서 2030년 126억달러(약 16조7000억원)로 8년간 두 배 가까이 커질 전망이다.

해양 바이오시장의 미래에 대한 기대는 따개비 접착제와 같이 생체적으로 안전하면서 기능적인 소재 개발과 함께 커지고 있다. 이는 의약품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응용 분야(전자·건축 등)에서도 혁신적인 발전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체 기반 연구가 다양한 해양 환경에서의 생물 적응을 밝히며 생명연구 자원의 가치를 제고하고 활용을 강화해 줄 것으로 판단된다.

정리=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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