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초기업노조까지…그룹 근간 흔드나

입력 2024-02-19 18:23   수정 2024-02-20 00:21

삼성에 전자, 금융, 바이오 부문 4개 계열사 근로자가 참여하는 초기업 노조가 등장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금 협상이 불가능한 이종 업종 계열사 노조 간 결합을 두고 ‘세 불리기’를 통한 그룹 압박성격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종기업끼리 결합한 ‘별종노조’
삼성 4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합친 ‘삼성 초기업 노동조합’이 19일 공식 출범했다. 삼성전자 내 모바일 등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경험(DX) 노조(6100명),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4100명), 삼성화재해상보험 리본노조(3400명),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2200명)가 참여한다.

오는 5월 합류할 예정인 삼성전기 존중노조 조합원 2100명까지 포함하면 총 1만7900명 정도다. 관계사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의 1만7000여 명과 맞먹는 수준이다. 앞으로 계열사 노조가 추가로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초기업 노조는 전자, 디스플레이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금융, 바이오사가 한데 뭉친 게 특징이다. 하는 일이 서로 완전히 다른 기업들이 그룹사를 겨냥해 초기업 조직을 만든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들의 핵심 요구사항은 그룹 차원의 임금 가이드라인 폐지와 컨트롤타워 격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의 노사관계 관여 금지다. 홍광흠 초기업 노조 위원장(삼성화재 리본노조위원장)은 “동등한 관계 아래 유연한 노사 교섭을 통해 각 사의 실정에 맞는 임금, 복지, 근로조건 수립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사항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노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업은 인사 평가에 따른 차등 임금 지급 체계가 있고, 업종별로 평가 기준도 전부 다르다. 이들의 임금 가이드라인 폐지 요구는 자기 입맛에 따라 임금 협상에 대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주축이 된 삼성전자 DX는 교섭권이 없다. 교섭권을 가질 만큼 노조원을 확보하지 못해서다. DX는 지난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의 갈등으로 회사 내 별도로 DX노조를 출범시켰다. DX가 빠진 전삼노는 사측과 임금 협상을 진행 중이다. DX노조가 전삼노에 맞선 ‘맞불 작전’으로 이종 계열사들과 세 불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무 특성이 다른 계열사가 현실적으로 한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실제로 초기업 노조 소속 일부 노조는 조합비를 내지 않아도 조합원으로 가입을 허용해주는 방식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 이 때문에 무리한 교섭안을 제시해 존재감을 부각해 회사와의 교섭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단 몸집을 부풀려서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세를 불려 개별 노조의 교섭력에서 우위를 가져가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무리한 요구에 “득보다 실이 클 것”
잇따른 노조의 세력 강화에 삼성전자는 긴장하고 있다. 노조구성원 규모가 커질수록 강성화되고, 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한 쟁의행위가 잦아질 수 있어서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삼성SDI울산노조 등 삼성 계열사 11개 조직인 삼성연대는 5.4%의 임금인상률을 요구한 바 있다.

업계에선 기업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가 득보다 실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에서만 15조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전망은 밝지 않다.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2위인 SK하이닉스와의 격차는 크게 줄어들었다.

노사관계 전문가는 “극심해진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감안하면 이들의 ‘처우 개선’ 요구는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채연/곽용희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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