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사 파업, 누구를 위한 '끝까지 저항'인가

입력 2024-02-26 17:45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로 시작된 ‘의료대란’이 1주일을 넘겨 악화일로다. 의대생들은 동맹 휴학계를 내고, 의대 졸업 후 병원 수련을 앞둔 새내기 의사들은 줄줄이 인턴 임용을 포기했다.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겨우 메우고 있는 전임의와 일부 교수도 환자 곁을 떠나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2000명 의대 증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의사들의 직역 이기주의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게 많은 국민의 생각이다.

“정부가 정책을 강행한다면 전체 의료계가 적법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저항하겠다.” 그제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 회의를 열고 발표한 결의문이다. 이들은 의대 증원이 의학 교육을 부실화하고 의료비를 폭증시켜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한다고 주장하며 백지화를 요구했다. 필수의료 패키지 역시 국민의 의료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구구절절 자신들이 ‘끝까지 저항’하는 이유가 ‘국민을 위해서’라는 말이다. 그 국민 안에 치료할 병원을 제때 못 찾아 사경을 헤매는 환자와 애가 타는 가족들은 없는 모양이다. 지난 23일엔 응급실 7곳을 ‘뺑뺑이’ 돌던 환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백번 양보해 의대 증원을 지지하는 국민(갤럽 조사 76%)은 뭘 몰라 찬성하는 것이고, 정부가 비전문가들과 함께 과학적 근거 없이 의사 수요를 계산했다고 하더라도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납득하기 어렵다. 일반 직장은 물론이고 아르바이트생을 많이 쓰는 일터에서도 이 정도로 무책임한 경우는 찾기 쉽지 않다. 직역 이기주의 이전에 직업윤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직업보다도 높은 직업윤리가 필요한 직군이 의사 아닌가. 그래서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상대적으로 더 보상받는 게 당연시되는 직업인 것이다.

우리 사회는 기득권 고집으로 혁신의 싹이 잘려 나가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택시 기사들의 극한투쟁에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가세해 만든 ‘타다 금지법’은 택시 승객들의 편의를 빼앗아 갔고 택시대란을 불렀다. 변호사단체의 ‘로톡 고사 작전’ 역시 법률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리걸테크 발전을 가로막았다. 의사들의 직역 이기주의가 가져올 폐해는 로톡, 타다와는 비교할 수 없이 중차대하다.

정부가 어제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복귀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3월로 들어서면 면허 정지와 수사·기소 등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게 엄포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사태까지 가게 되면 의사도 정부도 국민도 모두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는 게 먼저다. 싸워도 환자 곁을 지키며 싸우는 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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