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참고했다는 '밸류업 프로그램'…코스피, 닛케이 뛰어넘을까

입력 2024-02-26 10:03   수정 2024-02-26 12:18

시장 참여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베일이 걷혔다. 정부는 "일본의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계획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지만,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가이드라인을 보완해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적극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차이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26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상장사의 저평가 해소 대책인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주요내용을 공개했다. 당국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수립·이행·소통 지원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대한 시장평가와 투자 유도 △전담 지원체계 구축 등 크게 세 가지가 골자다.

먼저 당국은 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계 계획을 공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상장사는 이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해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기업가치 제고안을 수립해 자사 홈페이지와 한국거래소에 자율 공시한다. 자율적 참여인 만큼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기업이익의 주주환원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세제지원 방안도 추진한다. 해마다 우수 기업에 대한 표창을 주고, 여러 세정 지원(모범납세자 선정·우대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가업승계 컨설팅)을 제공하는 식이다.

기업가치 우수기업을 중심으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만든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벤치마크 지수로 활용할 수 있게끔 하고 이를 상장지수펀드(ETF) 상품화해 일반투자자들에게도 투자 창구를 열 계획이다. 기관투자자가 투자판단에 고려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에도 반영한다.
日 벤치마킹한 정책…무엇이 다른가
이런 계획들은 앞서 일본 증권거래소(JPX)가 진행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책을 상당부분 참고한 것이다. JPX는 2022년 4월 기존 5개 시장을 3개 시장(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으로 통합하면서 시장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작년 3월에는 프라임·스탠다드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실천 계획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매년 공시하도록 요구했다.

한국의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으로 대응되는 프라임시장과 스탠다드시장 소속 PBR 1배 이하 기업들이 대상이었다. 정책이 시작된 뒤 현재까지 닛케이225와 토픽스는 선진국 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일본의 정책이 증시에 미친 효과를 지켜본 우리 정부는 지난해부터 일본 벤치마킹을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국은 일본판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내용을 본뜬 것은 맞지만, 이번에 내놓은 우리나라 지원방안과의 차이점도 분명하다고 했다.



당국은 이날 배포한 질의응답(Q&A)에서 "기업들에 기업가치 제고안을 자율적으로 만들도록 한다는 점에선 일본 사례와 비슷하다"면서도 "우리 기업 현황에 맞게 가이드라인을 보완하고, 여러 인센티브와 지원체계를 통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적극 지원한단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자료상 강조한 볼드체(굵은 글자) 중심으로 살펴보면, 당국은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계획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보다 '더 상세한 '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또 '스튜어드십 코드'에 반영해 기관투자자 투자를 유도한다는 점, 여러 세제혜택과 우수기업 세제지원 등 일본보다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자율 이행인데 인센티브 너무 없다…실효성 의문"
전문가들은 일부에서 제기된 '총선용'을 비판을 의식한 듯 중장기 정책으로 내놓은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다만 정책에서 언급한 대부분 계획의 시행까지 한참 남은 만큼 투자자들 자금의 '셀 온' 우려가 나오는 한편, 세제 인센티브 내용이 아예 담기지 않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정기적인 거래소 정보 공개 계획 등 일본사례를 거의 그대로 따라하면서, 단기 정책에 그치지 않았다는 의지를 밝힌 점은 바람직하다"며 "주주환원만 강조하지 않고, 기업이 구조적 이익 성장에 대한 계획도 고민하게끔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기업들 공시는 하반기부터 시작하고 실제 지수는 3분기가 돼서야 개발된다. 더군다나 공시 인센티브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만큼 가격만 보고 단기 투자한 자금들의 매도세가 포착될 수 있다"며 "세부적인 세제 인센티브와 상법 개정안 내용이 담기지 않아, 정작 우리가 시장에서 기대하던 자극적인 당근과 채찍은 빠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4대 로펌 한 관계자는 "자율적 이행인데 인센티브가 너무 부족하다. 문제는 경영진과 오너가 상속에 불리하단 이유로 주가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 문제의 해결방안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인센티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추진사항,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며 "이대로라면 당초 주가를 밀어올렸던 기대감이 거품처럼 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기관 자금의 유입을 위한 정책과 관련해선 일본 사례와 크게 차별되는 지점이 없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투자자가 들어올 때 기업이 적극 대응하게끔 하는 것도 한 축인데 이것을 스튜어드십에 포함시킨다는 게 더 좋은 대책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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