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회사 측에 요구했다. 금액으로는 40조4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작년 회사가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11조1000억원)의 4배 규모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구개발(R&D)에 투자한 37조7000억원보다도 많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확보하고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에 나설 수 있는 '골든타임'에 노조가 파격적인 성과급만을 고집하며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조 측은 삼성전자가 57조2000억원에 달하는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이후 연간 영업이익을 270조원으로 가정해 40조500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17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가 과반 노조 지위를 인정받고 5월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파업이 실행되면 회사가 최대 30조원 규모 손실을 볼 것이라며 엄포를 놨다.
노조의 요구가 현실화하면 7만8064명의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DS) 소속 직원은 1인당 성과급으로 세전 기준 평균 5억 1000억원 이상을 받는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규모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AI 시대를 맞이해 전 세계 투자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이익 대부분을 성과급으로 지급할 경우 초격차 확보를 위한 투자와 R&D, 인수·합병에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40조원이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나 AI 기업을 인수·합병(M&A)할 수 있는 규모라는 주장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2020년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할 때 든 비용은 약 10조30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의 최대 규모 M&A였던 하만 인수 금액 역시 9조4000억원이었다.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만큼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인한 경쟁력 감소와 과도한 보상 비용으로 인한 주주 이익 침해에 따른 비판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 증시가 저평가에서 벗어나려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같은 주주환원 정책이 안착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익 대부분을 성과급 재원으로 돌리라는 요구가 반복되면서 R&D와 투자, 생산에도 영향을 끼치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두 축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업부와의 보상 격차로 내부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노조 요구대로라면 최근 실적이 좋은 DS사업부에 성과급이 집중될 수 있는 상황이다. 가전·TV·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성과급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노조 측과 교섭이 결렬된 후 사측은 사내 공지를 통해 노조 요구안이 적용되면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 직원들이 불리해진다고 주장했다. 기존 연봉의 47%를 받았던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의 지급률은 11%로 낮아진다는 것이 사측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노조의 부당 쟁의행위를 금지해달라며 지난 16일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노조의 사업장 점거 등 불법 행위를 동원한 쟁의행위가 예상되고 장비 손상 등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사내 시스템에서 임직원 개인정보를 수집해 제3자에게 제공한 직원을 수사 의뢰했다. 회사는 직원의 행위가 노조 미가입자 불이익 조치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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