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1시께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리빙파크 3층 중앙에 마련된 수면 팝업스토어(팝업)에는 평일 낮 시간대에도 방문객들 발길이 이어졌다. 2030 세대부터 60대 이상 노년층까지 고객 연령대도 다양했다. 싱잉볼 판매 부스에서 직접 채를 휘둘러 맑은 공명음에 귀 기울이는가 하면 디퓨저 부스에 진열된 제품을 일일이 시향하며 제품을 꼼꼼히 살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최근 ‘잘 자는 법’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수면이 단순한 휴식을 넘어 자기관리 영역으로 인식되면서 숙면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 흐름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아이파크몰은 이날 한국수면산업협회와 손잡고 수면을 주제로 한 ‘굿나잇 꿀잠 팝업’을 열었다. 침구뿐 아니라 수면 유도 조명, 수면 관련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싱잉볼 등 각기 다른 콘셉트를 내세운 9개 브랜드가 나란히 들어섰다.각 부스에는 키오스크를 활용한 수면 자가진단 서비스부터 수면 보조 음료 시음 코너까지 방문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요소가 마련됐다. 현장에서 제품을 직접 체험한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30대 이모 씨는 “평소 숙면을 위해 싱잉볼 영상을 틀어놓고 잘 정도인데 직접 두드려보니 훨씬 편안해지는 느낌이 든다”며 “지인에게 선물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 두 개 구매했다. 15만원 정도 지출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5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2011년 4800억 원대에 불과했던 산업이 2021년 3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5년 만에 약 70% 가까이 커지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이 같은 배경은 수면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데 있다. 과거 수면이 단순한 휴식의 영역으로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자기관리의 한 축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3월 진행한 ‘현대인 수면 관련 조사’에 따르면 숙면에 대한 관심도는 85.5%로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잠을 잘 자는 것도 자기 관리라고 생각한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90.9%에 달했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숙면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나 수면의 질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슬립맥싱(Sleep-maxxing)’ 등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수면이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유통업계가 관련 팝업을 잇달아 선보이며 소비자 잡기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 패션 플랫폼 29CM은 지난달 6~9일 나흘간 침구 팝업 ‘29 눕 하우스’를 진행했는데 이 기간 침구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급증하며 수요를 입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온라인에서도 확인된다. 여성 패션 플랫폼 W컨셉에 따르면 올 1분기 침대, 매트리스 등 수면 관련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0% 뛰었다. 잠옷에 대한 수요도 늘면서 같은 기간 파자마 매출도 20% 증가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에서도 파자마 카테고리 거래액이 76% 늘었으며 멜라토닌, 마그네슘 등 숙면에 도움을 주는 건기식 관련 거래액도 각각 115%, 54%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수면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수면산업협회 관계자는 “침구 등 전통적 영역뿐 아니라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포함한 슬립테크(수면기술)와 건기식 분야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수면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산하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려 현재는 성장기에 들어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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