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비이성적 과열과 금융불안

입력 2024-02-27 18:02   수정 2024-02-28 00:09

‘비이성적 과열’을 금융 불안의 원인으로 지목한 이는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다. 그는 2000년에 <비이성적 과열>을, 2009년에 <버블 경제학>을 펴내며 세계적인 금융학자로 명성을 높였다. 2013년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금융시장 참가자의 비이성적이고 과도한 행동이 금융 불안을 초래하고, 심할 경우에는 금융위기를 초래한다는 게 그의 진단 골자다.

이에 따라 금융 불안이나 금융위기를 미연에 막으려면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비이성적 과열을 예방할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금융당국의 감독체계가 갖춰져 항시 감시·감독해야 한다. 이런 주장에 기반해 2010년 7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행정부는 투자은행 업무와 상업은행 업무 간의 규제를 강화한 ‘도드-프랭크법’을 도입했다. 이 법안의 핵심 규제 중 하나인 ‘볼커룰’은 은행들이 헤지펀드 및 사모펀드에 자본금의 3% 이내에서만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역사적으로 이런 추세는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1929년 대공황이 터지자 투자은행과 상업은행 업무를 분리해 상업은행이 고객 예금으로 주식투자를 할 수 없도록 한 글래스스티걸법이 도입됐다. 1999년에는 다시 이를 폐지하고 은행, 증권, 보험이 서로 경쟁할 수 있도록 금융규제를 완화한 ‘그램리치-블라일리법’이 제정됐다. 조류는 다시 바뀌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규제를 강화한 도드-프랭크법이 들어섰다. 당시 주요국은 거시건전성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독정책을 변경했고, 한국도 금융감독원에 거시건전성감독국을 신설했다.

한국은 부동산가격 등락에 따라 금융 대출이 영향을 크게 받았다. 초저금리로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집값이 상승하고 이를 배경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증가했다. 그러다가 집값이 하락하면 미분양이 늘면서 PF 대출 부실이 늘어나는 구조다. 2010~2011년 16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 사태가 이런 과정을 거쳐 불거졌다. 당시 PF 대출 잔액은 2010년 하반기 기준 13조원가량이었다.

그런데 2020년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시 초저금리 상태가 되고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정책 탓에 부동산 공급마저 줄면서 2020~2021년 부동산가격이 급등했다. 이를 배경으로 다시 부동산 PF 대출이 급증했다. 2016년 말 50조원이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23년 9월 현재 134조원으로 늘었다.

시장금리는 초저금리인데 PF 대출금리는 연 8% 수준이어서 금융회사들에는 PF 대출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었다. 비이성적 과열의 전형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 9곳이 최근 4년간 부동산 PF 담당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이 8510억원에 달했다. 최근 4년간 1인당 연평균 성과급이 가장 많은 곳은 4억900만원에 이르렀다. 감독당국은 이런 비이성적 과열을 사전에 통제하지 않고 무엇을 했나.

하지만 부동산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착공 분양이 연간 30만 가구 수준에서 10여만 가구 수준으로 급락하자 상황이 급전했다.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급증하면서 부실률이 증권사는 13.9%, 저축은행은 5.6%로 뛰었다. 다행히 은행은 아직 부실률이 높지 않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집값이 고점 대비 30% 하락하면 경착륙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심할 경우 금융 불안 내지 금융위기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금융회사는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당국은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 이런 비이성적 과열로 인한 금융 불안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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