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쑤시개 튀김','딸기잼 바른 생선회'…1020 '괴식'에 빠졌다

입력 2024-03-03 08:34   수정 2024-03-03 11:10

대한민국이 ‘괴식(怪食·기이한 식습관)’에 푹 빠졌다. ‘괴식’ 콘텐츠는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다. 한 유튜버가 ‘초콜릿 괴식’라며 간장게장에다 초콜릿 소스를 섞어 먹는 영상은 업로드 5일 만에 71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이 유튜버는 바다달팽이의 일종인 군소에 설탕물을 입혀 만든 탕후루 영상으로 112만 조회 수를 올린 적도 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이쑤시개 먹방’이 유행하면서 식용이 아닌 ‘녹말 이쑤시개’를 튀겨 먹는 현상이 퍼지기도 했다.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녹말이쑤시개 요리 열풍까지 불면서 식약처가 공식자료를 내고 안전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가냘픈 외모와는 달리 앉은 자리에서 라면 20봉지를 해치우고, 소고기 4㎏을 먹고도 모자라 후식으로 크림빵 8개를 먹는 유튜버 ‘쯔양’은 구독자 930만 명의 인기 스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사이다를 부은 라면, 튀긴 고추를 넣은 커피, 아이스크림 비빔밥이나 딸기잼 바른 생선회 등의 괴식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이다. 물론 이같은 ‘극단적 괴식’은 보통 사람이 도전하기 쉽지 않다. 차선책은 이미 식품으로 출시된 괴식을 먹는 콘텐츠다. 대표적인 예가 불닭볶음면을 소재로 한 ‘불닭볶음면 챌린지’다. 유튜버 ‘영국남자’ 조쉬의 먹방으로 시작된 이 콘텐츠는 현재 100만 개가 넘는 영상으로 재생산됐다. 유튜브의 괴식 문화 덕분에 불닭볶음면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K푸드로 급부상했다.


유튜브에서는 특정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 너도나도 이를 모방한 ‘커버 콘텐츠’를 올리는 문화가 일반적이다. 괴식은 ‘특이하지만 누구나 따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커버 콘텐츠로 제격이다.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값 비싼 명품 등을 과시하는 콘텐츠나 대용량의 음식을 먹어 치우는 먹방 등 ‘특정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콘텐츠’와는 다른 점이다. 1분 이내의 짧은 형태의 영상인 ‘숏폼’이 인기를 얻으면서 더 이상 비싸고 맛있는 음식 만으로는 주목을 끌기 어렵게 되자 ‘기괴한 음식’으로 조회수를 끌어 모으는 측면도 있다.

이같은 유행은 트렌드에 민감한 10~20대가 주로 이용하는 프랜차이즈 메뉴에 그대로 반영된다. 핫도그 업체 명랑핫도그는 밸런타인데이 한정 메뉴로 바나나를 핫도그로 튀기고 초코시럽을 바른 '초코바나나 핫도그'라는 신메뉴로 내놨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는 오이를 통째로 반죽에 감싸 튀긴 '오이핫도그'를 팔기도 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최근 빽다방에서 출시된 메뉴인 ‘대파크림감자라떼’는 호불로가 갈리는 맛에 소비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대파크림감자라떼는 이름 그대로 감자라떼 위에 대파크림이 올라간 음료다.

식품 기업들의 메뉴 실험은 더욱 과감하다. 팔도는 이달 봄 한정판으로 딸기 소스를 첨부한 비빔면을 내놓았다. 지난 만우절 때 “이런 맛은 없겠지”라는 생각을 한 소비자들이 실제 제품이 출시된 것처럼 만들었던 ‘가짜 상품’을 실제로 내놓은 것이다. 올해 비빔면 출시 40주년을 맞아 200만개만 출시했는데, ‘한정판’이라는 소식에 누리꾼들이 구매처를 공유하고 시식 후기를 올리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농심은 먹태와 청양 마요맛 과자인 ‘먹태깡’ 맛의 컵라면 ‘먹태깡 큰사발’을 내놓았다. 편의점에서 2000원 정도에 팔아 다른 컵라면보다 비싼 축에 속하지만 편의점에서 없어서 못 파는 인기 제품이 됐다. 유명 유튜버를 중심으로 한 SNS 후기가 관심을 끌면서다. 삼립도 온라인에서 괴식 조합으로 꼽히던 오이 맛 호빵을 정식 제품으로 출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Z세대 사이에서 괴식이 인기를 얻으면서 트렌드를 반영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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