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똑같이 하는 남자 없어"…외신이 본 한국 저출산 이유

입력 2024-02-29 07:56   수정 2024-02-29 08:08


"집안일과 육아를 똑같이 분담할 남자를 찾기 어려워요."

30세 TV 프로듀서 예진씨는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묻는 영국 공영 방송 BBC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지난해 4분기 합계 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진 가운데, BBC가 그 배경을 집중 조명했다.

BBC는 28일(현지시간) 한국 통계청의 출산율 발표에 맞춰 서울 특파원을 통해 '한국 여성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BBC는 "저출산 정책 입안자들이 정작 청년들과 여성들의 필요는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와 지난 1년간 전국을 다니며 한국 여성을 인터뷰했다"고 보도 취지를 설명했다.

예진씨는 한국 남성의 가사·육아 비협조뿐만 아니라 "혼자 아이를 가진 여성에 대한 평가는 친절하지 않다"는 점, "저녁 8시에 퇴근하니 아이를 키울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점, "자기 계발을 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더 힘들게 한다"는 점 등을 꼽았다. "아이를 낳으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는 암묵적 압박이 있다"면서 여동생과 뉴스 진행자 두 명이 퇴사하는 것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기혼자인 어린이 영어학원 강사 39세 스텔라씨는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일하고 즐기다 보니 너무 바빴고 이젠 자신들의 생활 방식으론 출산·육아가 불가능함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집값이 너무 비싸 감당할 수 없다며 "서울에서 점점 더 멀리 밀려나고 있지만 아직 집을 장만하지 못했다"고 했다. 남편의 육아휴직 사용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BBC는 주거비는 세계 공통 문제이지만, 사교육비 문제는 한국의 독특한 점으로 꼽았다. 아이들이 4세부터 수학, 영어, 음악 등의 비싼 수업을 받는데, 아이를 실패하도록 하는 것은 초경쟁적인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BBC는 설명했다. 스텔라씨는 "아이 한 명당 한 달에 700파운드(120만원)까지 쓰는 걸 봤는데 이런 걸 안 하면 아이들이 뒤처진다"고 했다.

대전에 사는 웹툰 작가 천모씨는 출산 후 경제 사회적 압박을 받게 됐고 남편은 도와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배웠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고 무척 화가 났다"면서 주변을 보니 다들 우울하길래 '사회적 현상'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BBC는 한국이 발전하면서 여성을 고등 교육과 일터로 밀어 넣고 야망을 키웠지만,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은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게 저출산 문제의 핵심이라고 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을 구조적 문제로 다루겠다고 밝혔지만,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미지수라고도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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