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 라떼 한잔 값' 저렴한 석유가 온다…꿀 빨았던 美 '날벼락'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입력 2024-03-05 07:39   수정 2024-03-05 09:44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캐나다산 석유(WCS)의 아시아 '직배송'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북미대륙 태평양 연안의 파이프라인 확장 공사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다. 저렴한 캐나다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정제 마진을 누렸던 미국은 날벼락을 맞게 됐다는 분석이다.

S&P 글로벌 원자재 인사이트의 케빈 번 분석가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올해 1월 캐나다 서남부 앨버타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잇는 1150㎞ 길이의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확장 프로젝트가 마지막 규제 관문을 통과했다"며 "세계 4위 산유국인 캐나다가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역점 사업이었다.



캐나다산 원유는 주로 서부 앨버타주에서 생산되지만, 수출량의 대부분은 미국 중부·동남부 지역에 공급돼 왔다. 송유관 확장 공사가 서부 로키산맥의 자연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는 반대 여론에 가로막혀 태평양 연안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충분히 개통되지 않은 탓이다. 이에 따라 정제 비용이 많이 드는 중질유·고유황유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캐나다산 원유는 막대한 운송 비용, 제한된 구매자 풀 등 후천적 장애물까지 더해져 시장에서 '캐나다 디스카운트'라 불릴 정도로 저렴한 값에 매매됐다.

최근 2년간 캐나다산 원유는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보다 배럴당 18~19달러 저렴하게 거래됐다. 2018년에는 가격 차이가 배럴당 47달러까지 벌어진 적도 있다. 2020년 코로나19 타격으로 국제 유가가 폭락했을 당시 캐나다산 원유는 배럴당 6달러 선에 거래돼 '스타벅스 라떼 가격 만도 못한 석유'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태평양 직수출이 막혀 있던 캐나다산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독식'하는 반사이익을 누린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은 지난해 일평균 400만 배럴에 달하는 캐나다산 원유를 수입했다. 미국 전체 원유 수입량의 3분의 2에 달하는 규모다.



확장된 송유관이 오는 4월 가동을 시작하면 하루평균 89만 배럴의 캐나다산 원유가 태평양 연안으로 운송된다. 이스트 데일리 애널리틱스의 크리스틴 올레젝 분석가는 "캐나다산 원유의 태평양 직수출은 캐나다 기업들의 유가 결정력을 높이고 에너지 강대국으로서의 캐나다 입지를 강화하는 반면 미국에는 연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시장에선 미국-캐나다산 원유 가격 할인폭이 13달러선까지 좁혀졌다.



미국 정유기업들은 지역별로 성적표가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부 연안의 정제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발레로, 필립스, 마라톤 페트롤리엄, PBF에너지 등)은 큰 타격이 없거나 일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부 내륙 지역의 정유기업들은 저렴한 캐나다산 원유의 이점을 누릴 수 없게 된다는 분석이다. 올레젝은 "정유사들이 휘발유값 상승 등으로 미국 소비자에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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