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들이 이처럼 6개월마다 ‘메뚜기떼 경쟁’에 내몰리는 것은 저출생·고령화로 시장이 정체돼 있는데 성장 돌파구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생보사는 종신보험, 암보험과 같은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생보사 수익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보장성보험의 성장세는 정체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까지 보장성보험의 누적 신계약 금액은 152조8752억원이었다. 전년(149조6040억원) 대비 2.18% 늘긴 했지만, 2020년(203조5547억원)과 비교하면 25% 급감했다.
맞벌이 가구가 증가한 데다 기대수명도 늘어나면서 사망 시 보험금을 돌려받는 종신보험의 매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로운 고객층으로 유입해야 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장기 보험 가입을 꺼리고 있다. 거시경제 상황도 생보사에는 위협 요인이다. 고금리·고물가로 가계의 보험 가입 여력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반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은 늘어나는 추세다. 사망·재해·만기 등으로 생보사가 고객에게 돌려준 보험금 은 지난해 85조9215억원이었다. 이는 3년 전 대비 13조원(17.8%) 늘어난 수치다.
이렇다 보니 치고 빠지는 식의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도 횡행하고 있다. 삼성생명, KDB생명 등은 환급률이 높은 상품을 내놓고 고객을 모은 뒤 1주일도 안 돼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식의 영업을 하기도 했다.
생보사 간 경쟁이 소비자에게는 혜택을 주는 점도 있지만, 본격적인 보험금 지급이 시작되는 10년 후 생보사의 건전성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 계리 컨설팅 회사인 밀리만코리아의 안치홍 대표는 “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생보사의 기업가치가 과대하게 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런 착시 효과로 보험사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보사가 미래 먹거리를 찾기 쉽지 않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보험사 계열사의 주식 보유 한도나 자회사 업종 제한 등의 규제가 생보사의 사업 다각화를 가로막고 있어서다.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호소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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