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어떻게 쓰레기통에 버려요"…장례비만 200만원 [슬기로운 반려생활 ③]

입력 2024-03-06 07:23   수정 2024-03-06 11:27



"안녕, 우리 막내딸. 너는 우리 가족의 안식처였어. 다음 생애 다시 만나자."

경기 용인 처인구의 한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만난 반려인 A씨는 올해 17살이 된 반려 몰티즈를 떠나보냈다. A 씨의 반려견은 암세포가 퍼져 끝내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그의 가족들은 '리멤버 스톤'(동물 유골을 보석 형태로 만든 메모리얼 스톤) 제작까지 장례 비용에만 총 100여만 원을 썼다. "아이는 떠났지만 계속 기억하고 싶어서"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반려묘를 떠나보낸 한 중년 여성은 "우리 아이를 종량제 봉투나 쓰레기통에 버릴 수는 없지 않으냐"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앞서 반려견 한 마리도 이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렀다"며 "마지막 길을 제대로 보내 주고 싶어 여기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영정사진엔 반려묘와 반려견이 함께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 여성은 제단 뒤편에서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한참을 사진을 응시했고, 연신 쓰다듬었다.

반려동물과 제대로 이별하는 법
반려동물 입양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털가족’과의 이별이다. 반려견의 경우 수명이 15년 안팎이어서 보호자보다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경우가 대다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국내에서 반려동물 장례 문화도 정착 중이다. KB금융그룹이 발간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 가구는 2022년 말 기준 약 552만 가구, 인구수로 환산하면 1262만여 명이다. 이 조사에서 반려 가구의 64.5%는 반려동물이 죽으면 화장 후 수목장과 메모리얼 스톤 마련, 봉안당 안치 등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동물 장묘업체는 동물 전용 장례식장을 비롯해 △동물 화장시설 △동물 건조장 △동물수분해장시설 △동물 전용 봉안시설 등으로 나뉜다. 한경닷컴이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2008년부터 2024년 2월까지 인허가 받은 동물장묘업체 수는 총 85곳이다. 이중 폐업한 곳은 2017년 2곳에 그쳤다. 경기부진이 심화하는데도 폐업이 거의 없을 정도로 호황이라는 얘기다.


이날 찾은 반려동물 장례식장 곳곳에는 유족들이 대기 및 참관하는 장소와 추모 공간, 화장터 등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400구 가량이 잠들어 있는 납골당과 추모 공간 곳곳에는 반려동물이 평소 좋아하던 음식과 장난감 등이 여러 개 놓여있었다.

"넌 더없이 좋은 막내딸이었어", "함께 뛰어놀고 싶다", "아프지 말고 편히 쉬어" 등 추모 메시지로 그리움을 전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곳 관계자는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서 이곳에 매일 같이 와 추모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장례식은 단순히 사체를 인도받아 화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장례는 몸을 닦는 염습부터 시작된다. 단장한 반려견을 관에 안치하면 빈소가 마련되고 보호자는 추모식을 통해 마지막 인사를 한다. 이후 전용 화장로를 거쳐 영원한 잠에 든다. 제단엔 꽃과 영정사진, 평소 반려동물이 좋아하던 간식도 빼놓지 않는다.

기본 장례비용은 체중 5kg 미만 기준으로 평균 20만~30만 원이다. 체중 등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여기엔 개 화장, 기본유골함, 추모, 추모 액자 등의 서비스가 포함된다. 반려견의 사체가 5kg을 초과할 경우 1kg당 1만~2만원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고급 유골함 등을 제공하는 VIP 장례의 경우 60만~7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운구 서비스와 메모리얼 스톤 세트 등을 추가하면 100만원 가까이 든다.

심흥섭 리멤버 대표는 "많이 지불하는 고객은 150만~200만 원도 쓰고, 평균적으로는 40만~50만 원 정도 낸다"며 "비싸더라도 마지막 길을 제대로 배웅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금액을 따지지 않는 보호자가 많다"고 했다. 이어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 사람들도 문의가 많이 온다"며 "장례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 반려견과의 이별을 마주하며 펫로스증후군(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을 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려인들의 마음 치유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조업계도 적극적으로 반려동물 장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보람상조는 지난해 8월 반려동물 전용 상조 상품 '스카이펫'을 출시했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고객 요청에 따라 운구를 위해 직원이 집을 방문하고, 전문 장례지도사가 직접 염습해 장례를 치른다.

프리드라이프도 같은 해부터 반려동물 서비스 전문기업과 협력해 반려동물 전용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에 가입하면 원목 액자나 털 목걸이, 천년포, 꽃다발 등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반려인 2명 중 1명 사체 처리법 몰라…장묘 시설 '님비' 우려도
반려동물 장례식을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경우도 많지만, 여전히 '그냥 뒷산에 묻으면 안 되는 것이냐'는 인식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2년 10월부터 11월 사이 최근 5년 이내 키우던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41.3%(413명)는 "주거지나 야산에 매장 또는 투기했다"고 답했다. 반려인 2명 중 1명은 반려동물 사체 처리법을 알지 못해 잘못된 방법을 사용하는 셈이다.

주거지나 야산 등에 매장, 또는 투기를 하는 건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불법에 해당한다. 생활법령정보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서 죽은 경우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동물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처리되거나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운영자 등에게 위탁·처리된다.

반려동물 소유자가 원할 경우 동물병원으로부터 인도받아 동물장묘 시설에서 매장·화장 등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같은 소비자원 조사에서 반려인의 45.2%는 해당 행위가 법적 금지행위인지 모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과 관련된 여러 문화 중에서도 장례문화의 확산 속도가 특히 빠른데도 님비 현상이 본격적으로 확산하는 점을 우려한다. 주민들이 장묘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해 민간업자의 동물장묘시설 신설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앞으로 장례업장이 많아지고, 장례문화가 선진국화하면 이런 문제를 마주할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 반려견 장례식장 관계자는 "건물을 올릴 때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주민들이 들고일어나 3년이라는 시간이 지체됐고, 거리엔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긴 시간 주민 설득에 공을 들였다. 자택을 직접 방문해 무릎을 꿇은 적도 있다"며 "상호명에는 '반려견 장례식장'이라고 표기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조경 한국반려동물진흥원 교육센터장은 "반려동물 장례식장의 소각장 인허가를 받기는 쉽지 않다"며 "님비시설로 구분되기 때문에 지역 주민 반대가 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공공시설로 운영 및 위탁할 수 있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자리를 잡아줘야 한다"며 "반려동물들이 지금과 같은 '인구 절벽' 시대에 많은 역할을 맡고 있는데, 점차 반려인과 비(非)반려인 사이에 갈등의 폭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예랑/김세린/신현보/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한경닷컴은 심층기획 '슬기로운 반려생활'을 총 7회에 걸쳐 매일 아침 7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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