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배당 포기한 기업들…"소액주주에 더 혜택 주자"

입력 2024-03-10 18:05   수정 2024-03-11 01:12

주요 주주보다 일반투자자에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차등배당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경기 둔화 여파로 기업의 실적 성장세가 둔화해 배당 가능 이익이 줄어든 와중에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증시 안팎에서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거세지자 궁여지책으로 나온 대안이다. 실적 악화에도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소액주주에만 배당합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사 21곳이 작년에 쌓인 배당 가능 이익을 차등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네오티스, 비씨월드제약, 오이솔루션, 교보증권, 핑거, HPSP 등 6곳은 최대주주에 배당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고 일반주주에만 준다.

이익잉여금 등 배당 여력이 줄었지만, 주주환원은 계속하려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코스닥 고배당주로 알려진 네오티스가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올해 최대주주인 권은영 대표를 제외하고 일반주주에만 주당 200원씩을 배당한다. 지난해 초에 최대주주와 일반주주 모두에 주당 250원을 일괄 배당한 것과는 딴판이다. 네오티스 관계자는 “작년에 영업손실이 발생해 기존 배당 정책을 유지할 수 없었다”며 “대주주가 배당금을 포기해 일반주주에 돌아갈 배당 재원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오이솔루션도 비슷하다. 올해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일반주주엔 주당 100원을 배당한다. 오이솔루션 관계자는 “작년 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일반주주엔 최대한 배당을 보장하고자 차등배당을 택했다”고 말했다.
‘오너 고배당’ 논란 피하기도
일부 기업은 실적과 배당 여력이 개선됐는데도 차등배당에 나서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50%를 웃도는 곳이 많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9% 늘어난 교촌에프앤비는 2020년 상장 후 처음으로 차등배당을 결정했다.

일반주주는 주당 300원을, 최대주주인 권원강 회장(지분율 69.2%)은 주당 200원을 받는다. 권 회장이 배당금 약 17억원을 포기한 셈이다. 앞서 ‘오너 고배당’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보다 주주친화적인 배당 정책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증권은 올해 일반주주엔 주당 250원을 배당하고 대주주엔 배당하지 않는다. 지난해 영업이익 703억원을 내 전년 대비 56.12% 급증했는데도 그렇다. 교보증권 최대주주인 교보생명보험 지분율이 84.7%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증권은 2020년 순이익 1000억원을 넘어선 뒤 매년 차등배당에 나서고 있다. 세아베스틸지주는 지난해와 같이 일반주주에 주당 1200원, 대주주엔 1000원을 배당한다. 작년 연간 영업이익은 1961억원으로 2022년 대비 53.3% 늘었다.

차등배당으로 전체 배당금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효과도 생긴다. 핀테크 기업 핑거는 지난해 주당 100원을 일괄 배당해 총 9억1200만원가량을 배당금으로 썼다. 올해는 일반주주에만 주당 120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총 8억1172만원을 배당한다. 일반주주 배당 수준을 더 올렸지만, 배당총액은 약 1억원 아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연내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어서 주주환원 제고 요구가 강해질 것”이라며 “일괄적인 고배당 정책은 기업의 투자 여력을 갉아먹을 수 있어 차등배당을 고려하는 기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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