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공무직 2000명…골머리 앓는 서울시

입력 2024-03-10 18:11   수정 2024-03-18 16:36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폭증한 무기계약직(공무직)의 업무 효율성 문제로 서울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무직은 공무원에 비해 단순 업무를 하지만 공무원처럼 정년이 60세까지 보장되며 급여와 복지 혜택도 공무원에 못지않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본청·사업소·시의회·직속기관에서 단순 업무를 하는 공무직은 작년 말 기준 2145명에 달한다. 2011년 354명이었던 공무직 수는 2012년부터 정규직화가 본격화되며 2019년 2229명까지 폭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에는 정원을 조금씩 줄이는 중이다.

이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 자체를 목표로 채용됐다. 정교한 직무 분석이나 수요조사는 없었다. 업무 영역도 일반종사원, 환경정비원, 도로보수원, 시설정비원, 시설청소원, 시설 경비원, 대민종사원 일곱 가지로 정해져 있다.

공무직 채용이 본격화한 지 10여 년이 흐른 만큼 직무를 전환하거나 효율화해야 하는 영역이 적지 않지만, 서울시는 공무직에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특정한 역할을 위해 채용됐기 때문에 다른 영역으로 전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시 관계자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업무를 잘 못 하거나, 태만하게 한다 해도 제재가 힘들다. 노동조합의 힘도 강력하다.

공무원이 공무직에 비해 근로조건에서 ‘역차별’ 당한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공무직 급여는 호봉제다. 업무 난도가 높지 않아도 일정 기간을 채우면 승급하는 구조다. 지난해 공무직 1호봉의 월급은 213만1800원이었다. 일반직 공무원 7급 3호봉(214만6600원) 수준이다. 추석과 설 등 명절에 지급하는 상여금은 월급의 100%다. 공무원들의 명절상여금(120%)과 큰 차이가 없다.

공무원은 공무원법, 공무직은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공무직은 시간 외 근무 시 통상 임금의 150%를 수당으로 받는다. 공무직 초봉은 서울형 생활임금(시급 1만1266원)을 기준으로 하는데, 야근 시 수당은 1만6899원으로 오른다. 반면 지난해 9급 공무원의 초과 근무 수당 단가는 시간당 9620원이었다. 1시간은 공제되기 때문에 두 시간을 일하면 시급은 4810원으로 떨어진다. 그나마도 월 57시간까지만 인정된다.

공무원을 보조하는 것이 공무직 주요 업무지만 실제로는 통제가 어려운 것도 주요 불만사항이다. 서울의 한 공원 사업소 관계자는 “공무직은 주로 가을에 송풍기로 낙엽을 치우는 일을 하기 때문에 겨울엔 일이 없는데, 그마저도 수당을 더 받기 위해 주말과 야간에 나오려 한다”고 주장했다. “폭설, 장마 때 함께 비상근무를 서 달라는 요청에는 대체로 응하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다른 사업소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나무를 자르는 등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공무직 대신 용역 업체에 맡긴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 내부 익명 게시판이나 커뮤니티에는 공무직을 ‘킹무직’이나 ‘갓무직’이라고 칭하며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공무직이 왕이다” “욕은 공무원이 다 먹고 공무원 뒤에 숨어서 단물만 빠는 (철밥통을 넘어선) 텅스텐 밥통”이라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직무 가치를 반영한 직무평가와 직무기술서가 먼저 마련돼야 효과적으로 공무직을 운영할 수 있다(한국행정연구원 2022 보고서)”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도 공무직 직무 분석을 몇 차례 시도했으나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박해완 공무직노조 서울지부 정책국장은 “각 사업소에서 채용 요청을 해서 공무직을 뽑은 것이고 직무 분석의 객관성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경훈 서울시 조직담당관은 “공무직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해련/이상은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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