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행복 공약'이 거슬리는 이유

입력 2024-03-11 17:46   수정 2024-03-12 07:04

총선을 한 달 앞두고 국민의힘이 10대 공약을 내놨다. 다음주로 예정된 정책공약집 발간에 앞서 큰 방향과 주요 내용의 얼개를 밝힌 것이다. 여야 공히 공천 내홍 와중에 저급한 말꼬리 다툼이나 벌이는 판에 나온 정책 공약이어서 관심이 간다.

먼저 주목되는 것은 ‘일 가족 모두 행복’이라는 1호 공약이다. 다수당이 돼 명실상부한 집권 여당이 되면 일과 가정사에 걸쳐 행복을 담보·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행복 슬로건은 여덟 번째 공약에도 있다. ‘청년 모두 행복한 대한민국’이다. 한국의 정당들이 당의 정체성과 관계없이 ‘국민 행복 보장’을 외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과거 정부도 행복을 내세우기 위해 주민센터를 행복센터(행정복지센터)라는 다분히 작위적인 간판으로 바꾼 적이 있다.

행복에 대해서는 무수한 철학적·종교적·학문적 담론이 있어 왔다. 무엇이 행복인지, 어떻게 하는 게 행복해지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답도 없다. 다만 근대 이후 자유민주주의 기반 서구 선진국에서 행복은 자유 시민 각자가 자기 책임 하에 본인이 추구하는 바를 달성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종교와 학문, 명상과 사색, 취미와 간섭 없는 개인 생활 등을 통하며, 때로는 봉사와 헌신 등을 통해 접근하는 ‘그 어떤 지고의 가치’다. 국가나 정부가 줄 수도 없으며, 실제로 보장하는 나라도 없다. ‘당신 삶이 행복해지도록 다 해주겠다’는 극단적 체제가 공산국가다. 하지만 인민낙원 건설을 외친 공산국가가 성공한 적은 없다. 정부든 국회든 나라가 준다는 행복, 강요하는 행복은 모두 가짜다. ‘관제 행복’은 간섭과 통제의 다른 이름일 때가 많다. 아니면 자유와 선택의 박탈이다. “행복을 보장했으니, 행복하지 않은 나에게 보상하라”고 요구라도 하면 나라가 무엇을 해줄 것인가.

선거철을 맞아 외연 확장에 나서는 것은 이해도 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정강으로 보수 우파를 지향해온 공당이다. 가치와 철학, 지향점과 정체성을 잃으면 선거 한철용 뜨내기 권력추구 집단일 뿐이다. 청년·서민 주택 공급을 공약으로 내걸 때도 구름 잡는 ‘행복주택’보다 ‘신혼부부 임대주택계획’ ‘저소득 독신자 주거대책’처럼 팩트를 담아야 건실해지고 내실도 다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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