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UAM 상용화 '먼 나라 꿈' 안 되려면

입력 2024-03-12 18:02   수정 2024-03-13 00:23

“땅으로 다니는 택시 문제도 못 풀면서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 얘기를 하네요.”

국토교통부가 무인 에어택시 ‘오파브’의 시범 비행을 공개해 관련 기사가 나온 날, 한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UAM이나 자율주행 상용화 정책에 회의적인 마음이 든다”며 “기술을 확보했다고 해도 택시 단체와의 갈등 같은 정치적 문제를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최근 공개 비행 시연 행사에서 오파브는 수직으로 이륙해 시속 170㎞ 속도로 원을 그리며 하늘을 날았다. 650㎏의 1인승 몸체가 무인으로 작동됐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이 UAM은 오는 8월 아라뱃길 상공을 거쳐 내년 4~5월엔 한강 위를 날아다닐 것이다. 향후 일반 택시처럼 호출형 대중교통으로 UAM을 운행하는 게 국토부의 목표다.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정부의 기술 개발과 투자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상용화를 위한 조건에 기술과 인프라만 있는 건 아니다. 탄탄한 기술력을 갖추고도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좌초한 혁신 모빌리티 사례가 국내에 이미 많다.

올초 우티가 택시 스타트업 레인포컴퍼니와 손잡고 진행한 프리미엄 택시 스타트업 서비스 우티블랙이 택시 단체의 반대로 사라졌다. 택시 단체들이 조를 편성해 국토부와 우티 등에 하루 수백 통의 민원 전화를 넣어 우티의 블랙 서비스 중단을 압박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는 제주공항에서 중문까지 자율주행 셔틀을 제공하다가 택시 단체의 반발에 부딪혔다.

해외에선 테러 사태도 있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민들이 자율주행 택시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벌어진 게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티블랙을 시장에서 철수시킨 정부가 UAM이나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됐을 때 벌어질 사회적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왜 택시 문제와 기술 개발을 별도 사안처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택시 단체들은 UAM이나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에 대해 아직 적극적으로 반발하지는 않고 있다. 혁신을 발목 잡는 모양새로 보일까 봐 조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UAM과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가 시작되면 상황은 180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 확보만큼 중요한 건 갈등을 조정하는 역량이다. 다양한 택시 운행 모델을 허용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격 규제 등으로 꽁꽁 묶인 모빌리티 관련 제도를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택시업계와의 상생책도 고민해야 한다. 기술 개발이 끝난 뒤에 문제를 풀겠다고 한다면 그때는 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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