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노화 혁명'…20代 신체로 평생 산다

입력 2024-03-17 18:28   수정 2024-03-18 01:24


2001년 노화를 연구하던 미국의 두 과학자는 5억달러(약 6672억원)를 건 내기를 했다. ‘훗날 150세까지 살 아이가 이 세상에 이미 태어났는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를 두고서였다.

제이 올샨스키 일리노이대 교수는 130세는 가능하지만 150세는 어렵다고 봤다. 반면 스티븐 오스태드 아이다호대 교수는 2150년 안에 150세까지 사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는 데 걸었다. 내기 결과는 2150년에 나온다. 이때까지 세계에서 150세를 넘기는 사람이 나오면 승자의 자손은 수천억원의 판돈을 받는다. 현재까지 가장 오래 산 사람은 1997년 122세5개월의 나이로 사망한 프랑스 여성 잔 칼망이다.

인간의 노화를 연구한 두 학자의 베팅이 달랐던 이유는 뭘까. 올샨스키 교수는 150세라는 나이가 의료 기술의 발전 속도를 웃도는 수치라고 판단했다. 오스태드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와 결합한 기술이 150세까지 살 수 있는 ‘장수 열쇠’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23년이 흐른 지금, 업계는 오스태드 교수가 승자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내기를 건 2000년대 초만 해도 미비하던 줄기세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수명을 늘려줄 열쇠가 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노화를 늦추는 것만이 아니다. 젊게 만드는 ‘회춘’, 더 나아가 암 등 질병까지 근본 치료해 ‘인류의 불로불사’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과학적 근거가 쌓이고 있다.

인류가 창안한 불로불사 비법은 ‘세포 리프로그래밍’이다. 나이 든 세포를 어리고 신선한 줄기세포로 되돌려주는 ‘역분화줄기세포(iPSC)’ 기술이 핵심이다.


노화 연구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챗GPT 창시자 샘 올트먼 등 억만장자들이 사재를 털어 투자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베이조스가 30억달러(약 4조32억원)를 투자한 알토스랩스도 세포 리프로그래밍 연구에 뛰어들었다. 역분화줄기세포 연구로 2012년 노벨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 등 유전공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대거 끌어모아 ‘노화연구 어벤저스’로도 불린다. 구글도 자회사 캘리코에 10억달러를 투자해 항노화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노화가 질병이라고 처음 주장한 세계적 항노화 연구 석학인 데이비드 싱클레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역노화 기술의 발전을 비행기의 발명에 빗댔다. 그는 “라이트 형제가 처음 만든 비행기는 오래 멀리 날지 못했고, 사람들도 인간이 비행기를 타고 나는 미래를 상상하지 못했다”며 “오늘날엔 하루에 몇 명이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가”라고 했다. 어쩌면 2150년 끝나는 두 교수의 내기 결과를 지금 인류가 살아서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샌프란시스코=이우상/보스턴=남정민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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