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자금 따려면 밸류업 투자전략 필수" 바빠진 자산운용사들

입력 2024-03-18 17:21   수정 2024-03-18 17:44



정부가 올 하반기 본격 가동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앞두고 자산운용사들이 새 투자전략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위탁운용 사업을 따려면 밸류업 프로그램을 고려한 투자전략이 사실상 필수 조건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밸류업 '지원사격' 나선 국민연금…8년만에 가치형 위탁운용사 선정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날 자산운용사 6곳에 대해 국내 가치주펀드 위탁운용사 최종 프리젠테이션(PT) 심사를 열었다.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엔 키움자산운용, 현대자산운용, 베어링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6개사가 올랐다.

국민연금은 이르면 이번주 중 위탁운용사 3개사를 최종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위탁운용사엔 각각 2000억원가량을 배정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저평가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가치형 위탁운용사 선정에 나선 것은 2016년 10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시장 안팎에선 이를 국민연금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 사격'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앞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국내주식을 발굴·투자하기 위해 위탁운용사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스스로 가치 제고안을 공시하고 적극 추진하는 기업에 투자금이 몰리도록 한다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주요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각 자산운용사들도 이를 고려해 제안서에 밸류업 정책에 맞춘 투자전략 내용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을 비롯한 가치주 투자 아이디어, 가치주 리서치 역량과 경험, 관련 데이터베이스 등을 내세우는 식이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투자전략 요구사항에 밸류업 정책을 직접 명시하진 않았다"면서도 "다만 최근 금융위원회가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한 만큼 기존 가치주 펀드 운영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밸류업 기조'를 반영해야 선정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큰손' 국내증시 추가 투자 가능성도
일각에선 올해 중 국민연금이 가치주에 추가 투자를 벌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요 기관투자가로서 밸류업 프로그램 자문단에 참여하고 있어서다. 이석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더 구체화되면 검토해보고 방향성과 일치할 경우 자금을 더 투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포트폴리오 내 국내 주식 비중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올초 밝히기도 했다. 올해 말 기준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이 15.4%로 지난해(14.3%)에 비해 약 1.1%포인트만큼 크다. 이에 따른 투자 순증 예상 금액은 약 1조4700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 148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이중 절반 가량인 75조원은 28개 운용사를 통해 위탁운용한다.

한국 정부가 밸류업 정책 여럿을 벤치마킹한 일본도 자국 공적연금을 통해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일본공적연금(GPIF)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GPIF의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의 4분의 1에 가까운 24.66%가 자국 증시에 몰려 있다. GPIF 보유 자산 중 일본 주식 비중이 2010년 말 11.5%에 그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동안은 '사실상 필수' 될 것"
국민연금 이외 공무원연금, 우체국보험기금, 사학연금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 자금을 따기 위해서도 밸류업 투자전략이 중요할 것이란 게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전망이다. 정부가 기관투자가들의 행동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에 밸류업 프로그램을 반영하겠다며 개정을 예고해서다.

정부는 '투자대상회사의 중장기적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점검한다'라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투자대상회사가 기업가치를 중장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시행·소통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명시할 방침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법적 강제성이 없지만, 기관투자가가 코드를 따르지 못할 경우 사유와 대안 등을 공시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동안 기관투자가의 자금 신규집행 입찰제안이 나오면 직간접적으로 밸류업 정책을 고려해야만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부적으로 밸류업 인덱스 시뮬레이션, 일본 증시 케이스 스터디 등을 통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부합하는 투자 전략을 찾으려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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