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AI를 활용한 국가전략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24-03-18 18:01   수정 2024-03-19 00:05

나라를 둘러싼 환경이 극도로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주변 환경 변화를 야기할 변수가 크게 늘었고, 각각의 진행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 변수들은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관례나 여론, 틀에 박힌 구닥다리 대응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 국민 모두의 역량을 모아 백척간두에서도 살아남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국가 전략을 짜야 한다.

나라 규모가 작고 환경이 단순했던 과거에는 청와대와 경제기획원이 중심이 돼 부처가 짠 나름의 전략이 어지간하면 맞아들어갔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우선 정치권의 국가 전략 안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변덕이 심하고 시야도 매우 짧을 뿐만 아니라 왜곡과 선동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진영에 따라 현실 인식도 극단적으로 다르다. 해법의 간극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유독 우리가 심한 면도 있다. 그렇다면 행정부를 중심으로 정책 영역의 전략을 잘 마련할 것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성과 관료의 양심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문성은 줄어들고 관료의 사명감도 예전과 같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과격해진 정치가 정책의 전문성과 양심을 거칠게 흔든다. 국민의 신뢰를 받았던 관료제가 조직적·개인적 이기심에 굴복해 국민을 배신하고 정치권 편에 서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정책의 전문성과 양심을 의심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도가 일관성과 최소한의 합리성을 유지한다면 국가 전략의 중요한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특유의 과잉 입법·행정 탓에 정치와 정책에 과도한 재량이 부여되고 탈법도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제도의 견고함을 해치고 있다.

국가 전체 차원에서 전략적 판단을 하는 데 있어 우리나라에 대표적으로 결핍된 관점은 규제개혁, 사회총후생, 위기관리다. 첫째, 국가 차원에서 규제를 조율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국가의 모든 활동은 예산과 조직 측면에서 횡적인 조율하에 있다. 국가 권력을 남용하거나 자원을 오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일반적인 원리에 예외로 남아 있는 게 규제다.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부담을 부과하는 규제를 국가 차원에서 조율하는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정부 과잉 상태를 뛰어넘어 민간 주도에 따른 민간 역량이 국가 전략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사돼야 한다.

둘째, 부처를 초월한 사회총후생의 관점에서 사안을 관찰하고 판단해야 한다. 국가를 둘러싼 모든 변화의 충격은 부처를 구별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 부처 관장 사안에 변화가 생겼을 때 그 여파가 여러 부처의 업무에 영향을 주고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런 상황을 다루는 데 매우 미숙하다.

셋째, 국가적 위기를 통합적으로 관찰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그에 대한 관심과 지식, 계획도 없고 훈련조차 하지 않는다. 파편적인 대응을 준비하는 데도 힘겨워할 뿐이다. 위기는 불행을 초래하지만 기회를 창출하기도 한다. 그런데 수비를 하면서 공격의 길도 찾아가는 예리함과 전체적인 능력의 균형을 찾는 시도가 없다는 말이다.

무슨 거창한 국가기관을 수립하자는 말이 아니다. 정책 분야 전공자로서 오랫동안 국가 정책 수립·집행 과정을 관찰했지만, 우리 정부가 새로운 기관을 수립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해피엔딩’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필자가 제안하는 것은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국가전략 플랫폼’이다. 빅데이터에 기반해서 작은 정보나 변화의 다양한 측면이 국가에 어떤 충격과 영향을 주는지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관찰한 결과를 알고리즘으로 진화시켜가는 플랫폼을 제안하는 것이다.

당연히 정책당국자는 본인이 관심을 둔 정책 시나리오를 준비할 것이다. 하지만 적잖은 전문가를 포함한 국민들이 이 전략플랫폼상에서 AI에 깊이 있는 질문과 가설을 제시하고 또 그 결과가 공유된다면 보다 차원 높은 대응 시나리오가 수없이 생산되고 또 정제될 수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가 지닌 유일무이하다시피 한 ‘부존자원’인 지성과 정보, IT(정보기술)를 결합해 전략적 우위를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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