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의 과도한 규제 풀면 외국 기업 유치 싱가포르 넘는다"

입력 2024-03-18 18:47   수정 2024-03-19 01:46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최근 5년 동안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했거나 생산 기지를 옮긴 미국 기업이다. 저렴한 노동력과 풍부한 내수시장을 보고 진출했지만, 중국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에 미·중 갈등이 겹치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됐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예측 가능성은 글로벌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요소”라며 “‘차이나 엑소더스’가 현실화하면서 한국으로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옮기려는 기업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암참이 1953년 설립 후 처음으로 글로벌 기업 유치에 대한 보고서를 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회장은 “한국이 아시아의 비즈니스 허브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왔는데 그냥 지켜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찾아온 마지막 기회”
암참이 내놓은 ‘한국의 글로벌 기업 아태지역 거점 유치 전략 보고서’는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시작된 기업의 탈중국 현상에 주목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과정에서 한국과 싱가포르, 일본 등이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장 가까운 데다 전력·정보기술(IT) 등 산업 인프라가 뛰어나 차이나 엑소더스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암참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아시아 본부가 들어서면 공장 등 추가 투자를 그 지역에 집행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싱가포르와 한국의 기업 유치 성과도 비교했다. 싱가포르에 아태 본부를 둔 기업은 5000개에 달하지만 한국은 100개도 안 된다. 수많은 기업이 떠난 홍콩(1400여 개)에도 못 미친다.

암참은 뛰어난 인프라와 생활 여건에도 한국이 해외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규제’를 꼽았다. 보고서는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형사책임 리스크를 첫손에 꼽았다. 암참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과 비교해 훨씬 무거운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다”며 “(향후 본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훌륭한 CEO들이 한국행(行)을 꺼리는 이유”라고 했다. 보고서는 “고의로 범죄행위에 가담한 경우에 한해 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디지털 규제도 발목
보고서는 해외 IT 기업 진출의 발목을 잡는 디지털 규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클라우드와 관련한 규제 정도를 보여주는 ‘글로벌 클라우드 데코시스템 지수’에서 한국은 7.7점으로 중국(6.5점)에 이어 ‘밑에서 2위’였다. 홍콩(8.6점), 일본(8.7점), 싱가포르(8.8점)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보고서는 “한국에선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지 않으면 정부가 주도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뛰어들기 힘들다”며 “데이터센터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입찰이 가능한 싱가포르 등과 비교된다”고 설명했다.

낮은 노동 유연성과 주 52시간 근로제 역시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암참은 “싱가포르 등은 경영 상황에 따라 인력을 채용하거나 정리해고하는 게 한국보다 훨씬 쉽다”며 “한국은 한 번 고용하면 해고가 어려워 경영 상황에 따라 인력을 늘리고 줄이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로 17%인 싱가포르, 16.5%인 홍콩보다 훨씬 높다. 싱가포르가 아시아 본부를 둔 기업에 법인세를 5~10% 수준으로 깎아주는 걸 감안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도 아시아 본부를 둔 기업에 한해 법인세를 5~10%포인트씩 낮춰준다.

보고서는 “인건비와 지대, 규제·노동 여건 등을 고려하면 한국의 투자 매력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며 “아시아 본부를 두는 기업에 한해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부정적인 내용만 담긴 건 아니다. 아시아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싱가포르를 떠나려는 글로벌 기업이 많다는 건 한국에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김 회장은 “싱가포르 진출 기업 중 상당수가 높은 인건비와 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싱가포르가 포화상태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많다”고 말했다.

김우섭/김형규/성상훈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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