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덕에 한·영 FTA 업그레이드…넷제로 협력은 '대박'"

입력 2024-03-19 15:23   수정 2024-03-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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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55·사진)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없었다면 한·영 자유무역협상(FTA) 개선도 불가능했다”며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가 순항해 왔다고 강조했다.

크룩스 대사는 지난 14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진행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의 일원이었다면 한국과의 FTA를 (독자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영국은 정치 과학 에너지 국방·안보 분야에서 한국과 견고한 관계를 구축했으며, 이 모든 것은 EU라는 테두리 밖에서 가능했기에 브렉시트의 긍정적인 면이라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체결된 ‘다우닝가 합의’에 따라 양국은 디지털 공급망 에너지 등 새로운 분야에서의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FTA 개선 협상에 착수했다. 올해 1월 한국에서 1차 협상이 이뤄졌고, 이달 19일부터 4일간 영국에서 2차 협상이 열린다. 크룩스 대사는 1차 협상 결과에 대해 “매우 생산적이었고,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며 “(2차 협상에서도) 여러 합의점에 기반한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크룩스 대사는 FTA 개선이 필요한 주요 분야로 디지털을 꼽았다. 12년 전 한-EU FTA 체결 때에 비해 그 중요성이 대폭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한-영 FTA는 2020년 1월 브렉시트 이후 2021년 1월 별도로 발효됐다.



크룩스 대사는 “ 한국에 진출한 7000개(2022년 기준) 영국 기업 중 85%가 중소기업이었다”며 “고도의 무역 자유화와 관련 협정의 간소화, 통관 절차의 디지털화 등을 통해 양국 중소기업의 상호 진출이 더욱 원활해지도록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룩스 대사는 디지털 외에도 △해상풍력, 원자력,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반도체 등을 한·영 간 핵심 협력 분야로 꼽았다. 한국말이 유창한 그는 ‘대박’이라는 한국어 표현을 써가며 특히 넷제로(탄소중립) 관련 산업이 양국에 “잠재적 노다지(potential bonanza)”가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영국에 모노파일(해상풍력 구조물) 공장을 짓고 있는 한국 세아제강과 한국 해상풍력 시장에 2027년까지 총 11억파운드(약 1조9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영국 코리오·BP, 한국 두산퓨얼셀과 수소연료전지 관련 기술 협약을 체결한 영국 세레스파워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주한영국대사관 역시 SK오션플랜트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해상풍력 프로젝트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크룩스 대사는 “영국의 넷제로 산업은 지난해 (전년 대비) 9% 성장률을 나타냈다”며 “영국과 한국은 모두 혁신성 기준 세계 5위권에 드는 국가로, 앞으로 친환경 분야에서 협력 사례가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최근 영국 리시 수낵 정부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을 5년 미룬 데 대해 크룩스 대사는 “넷제로 정책 추진 과정에선 대중의 지지가 필요하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활비 위기 등 경제 전반도 고려해야 한다”며 “단지 전술적(tactical) 조정일 뿐,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영국의 기본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은 이미 에너지 믹스에서 석탄을 완전히 제외했고, 40%를 재생에너지로 채웠다. 또 1990년 이래 탄소 배출량을 48% 줄이는 등 주요 7개국(G7) 중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며 “이런 결과가 있었기에 감축 속도의 재설정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성평등은 올해 주한영국대사관이 최우선 의제로 삼고 있는 분야다. 기후 위기 대응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이 강조돼야 한다는 크룩스 대사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크룩스 대사는 “한국은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은데도 이코노미스트가 집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성별 임금 격차 지수 기준 12년째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전체 노동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성평등은 저출산과 같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주년을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크룩스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한, 영국은 불법적 침공을 자행한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의 편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프랑스 등이 주장한 우크라이나 파병론에 대해선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명확히 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립주의 외교 노선을 예고한 것에 대해선 “미국은 어느 당이 집권하든 지난 수십 년간 영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었으며,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영·미 동맹의 견고함을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문을 닫은 주북영국대사관은 아직도 개방되지 않았다고 한다. 크룩스 대사는 전 세계에서 남·북한 모두를 거쳐 간 유일한 외교관이다. 그는 “영국은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대사관 업무를 재개하고 관계를 완전히 회복하길 원한다는 의사를 북한 당국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며 “외교관뿐 아니라 유엔과 인도주의 활동가들도 조속히 북한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글=장서우 suwu@hankyung.com/사진=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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