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탕에 서버 식힌다…SK이노, 빅테크에 공급

입력 2024-03-20 18:10   수정 2024-03-21 01:22

SK이노베이션이 데이터센터의 열을 냉각 플루이드(액체)로 식히는 액침냉각 기술을 올 하반기 상용화한다. 국내 처음이다. SK텔레콤에 먼저 적용한 후 미국 델테크놀로지스 등 빅테크에 공급하는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액침냉각 기술은 데이터센터는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에도 사용할 수 있어 시장 규모가 2040년 40조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거대 에너지 기업도 노리는 기술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는 미국 빅테크와 액침냉각 시스템 공급 계약을 조율 중이다. 첫 거래 상대로는 노트북, 데이터센터,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만드는 델테크놀로지스가 유력하다.

SK엔무브는 앞서 미국 액침냉각 스타트업 GRC에 2500만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하고 공동으로 기술을 진전시켜왔다. 델을 비롯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들이 SK엔무브의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빅테크 등과 다양한 협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 특정한 계약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액침냉각 기술은 데이터센터 마더보드 등을 액체에 담가 열을 식히는 기술이다. 그동안 데이터센터 운영사는 팬을 돌리거나 데이터센터 옆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등 공기를 순환시키는 공랭식으로 열을 낮춰왔다. 공랭식은 열을 식히는 속도가 느린 데다 전력 효율을 떨어뜨리는 등 여러 단점을 드러내고 있다. 데이터센터 운영 전력의 약 40%가 냉각을 위해 사용될 정도다.
○“누가 먼저 표준을 만드냐의 싸움”
액침냉각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손바닥 크기만 한 마더보드를 플루이드가 담긴 용기에 넣어 놓는 방식이다. 플루이드가 순환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전력 손실 없이 열을 낮출 수 있다. 업계는 액침냉각 기술을 통해 최대 10분의 1 수준까지 냉각에 필요한 전력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데이터센터 운영 전력의 4% 정도만으로 냉각이 가능해질 것이란 의미다.

이런 이유로 셸 등 거대 에너지기업들도 액침냉각 기술 상용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에서도 몇몇 스타트업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을 정도로 아직 초기 단계인 터라 선점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액침냉각 시장은 아직 산업표준이 없어 먼저 상용화하고 공급 실적을 쌓을수록 시장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SK엔무브의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드웨어에 직접 접촉하고도 절연 능력을 갖춰 전력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기술에서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그동안 전기 절연성능, 하드웨어 부품 등과의 호환성,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실험해왔고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왔다”고 말했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본격적으로 제품이 거래될 2025~2026년 1조원 정도에서 매년 20~30%씩 커져 2040년에는 4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전력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냉각 시장의 팽창 속도도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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