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투자금 18조 회수됐다…"우리 돈 굴릴 자격 없어"

입력 2024-03-25 11:16   수정 2024-03-25 11:25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州) 연기금들이 지난 2년간 블랙록으로부터 18조원 가까운 투자금을 회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레드 스테이트’(red state)는 블랙록의 환경·사회·거버넌스(ESG) 지향성이 투자 수익률을 저해한다며 반(反)ESG 운동을 벌여 왔다.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주 교육기금은 내달 말 블랙록에서 85억달러(약 11조4000억원)의 투자금을 거둬들일 계획이라고 지난주 밝혔다. 지난 2년 동안 주 연기금이 블랙록으로부터 회수했거나 하겠다고 밝힌 자금으로는 최대 규모다.

텍사스주는 지난달 블랙록과 자금 위탁 운용 계약도 해지했다. 블랙록은 텍사스주 교육기금 운용자산(AUM) 약 530억달러 중 85억달러를 대신 운용해 왔다. ESG 투자를 지향하는 블랙록이 화석연료 기반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텍사스주의 교육기금을 운용할 자격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블랙록의 마크 맥콤 부사장은 애런 킨지 텍사스주 교육위원회 위원장에 보낸 서한에서 “오랜 기간 수천 개 텍사스 학교·가정에 긍정적인 힘이 돼 줬던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이렇게 무모하게 끝내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며 이번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블랙록에 대한 십자포화는 텍사스주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2년 새 텍사스주 교육기금을 포함한 공화당 지지 주 연기금들이 블랙록에서 빼냈거나 빼낼 예정이라고 발표한 자금은 133억달러(약 17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블랙록 전체 운용자산(약 1조달러)의 1%가량이다.

이런 흐름은 2022년 7월 당시 웨스트버지니아주 재무장관이었던 라일리 무어가 블랙록을 석탄 산업에 적대적인 투자사 중 한 곳으로 지정, 주요 사업에서 배제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주 당국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보이콧에 나선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텍사스주, 플로리다주, 미주리주 등 여러 레드 스테이트들이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선례를 따랐다.



이들은 블랙록의 ESG 투자가 재무 성과 극대화를 최우선 목적으로 둬야 하는 수탁자의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데일 폴웰 노스캐릴라이나주 재무장관은 공개적으로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사진)의 해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레드 스테이트들의 ‘안티 블랙록’ 캠페인이 거세지자 블랙록도 대응에 나섰다. 공화당과 연줄이 있는 고위 로비스트를 영입했고, 지난달에는 댄 패트릭 텍사스주 부지사와 함께 전력망 투자 관련 회담을 공동 개최하기도 했다. 패트릭 부지사는 블랙록이 투자 결정 과정에서 ESG 요소를 고려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던 인물이다. 또 블랙록은 월가의 대표 ESG 이니셔티브인 ‘기후행동100+’에 대한 관여도를 낮추며 ESG와 한층 거리를 뒀다.

다만 레드 스테이트들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 예치한 투자금은 여전히 200억달러(약 27조8000억원)를 훨씬 웃돌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미주 지역에서 블랙록으로 흘러 들어간 투자금 순유입액은 1380억달러(약 185조원)에 달했다.

반ESG 캠페인을 벌이는 주 내부에서의 분열도 감지되고 있다. 텍사스주 상공회의소와 연계된 한 비영리단체는 지난달 화석연료나 총기에 적대적인 금융사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하는 텍사스주의 ‘공정한 접근’(fair access) 법이 주에 3710만달러(약 497억원)의 세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정부가 어떤 종류의 가치를 기업에 강제하려 하면 시장에 미치는 손해는 납세자가 부담하게 된다”며 “친(親)기업적 정서를 조성하려는 주 정부의 노력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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