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다자녀 기준

입력 2024-03-25 17:52   수정 2024-03-26 00:17

한국 사회의 고민은 자녀 관련 표어 변천사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6·25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사망하자 정부는 ‘3남2녀로 5명은 낳아야죠’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인구가 가파르게 늘자 이 슬로건은 10년도 채 안 돼 사라졌다. 1961년 가족계획이 등장한 이후엔 ‘3자녀를 3년 터울로 35세 이전에 단산하자’는 표어가 나왔다. 1971년부터는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가 대세가 됐고, 1980년대엔 ‘둘도 많다’는 포스터가 붙었다.

시대마다 적정 자녀 수에 대한 사회적 관념도 바뀌었다. 1950년대엔 5명, 1960년대엔 3명, 1970년대엔 2명, 1980년대 이후엔 1명이었다. 2000년대 이후엔 다시 2명으로 늘었다. 다자녀 가구라는 말은 2005년까지만 하더라도 잘 쓰이지 않았다. 2003년과 2004년 출산율이 연속 1.1명대로 떨어지자 2005년 부랴부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구성됐고 그 무렵부터 다자녀 가구에 대한 지원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세법상으론 다자녀 가구 소득 추가공제가 2007년부터 시작됐고 이때 다자녀 가구는 자녀 수가 3명 이상인 가구로 정의됐다. 이후 여러 영역에서 자녀 수 3명 이상 가구에 대한 지원책이 도입됐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2021년 다자녀 가구 지원 대상을 자녀 수 2인 이상 가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제도 변경은 영역별로 제각각이어서 올해는 출산, 의료, 교육 등에서 다자녀 기준이 바뀌었다. 어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다자녀 혜택의 기준을 자녀 수 3명에서 2명으로 일괄 변경하는 안을 공약으로 추가 제시했다. 대상 분야를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비, 대중교통, 농산물 구입 등으로 확대한다고 했다.

다자녀 정의를 바꿔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국민도 있을 것 같다. 아이를 가지려 노력하는데도 안 생기는 부부나 1인 자녀 가정들이다. 독신을 선언한 청년 중에는 “왜 내 세금을 거기에 써야 하느냐”고 반발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저출산이란 시대적 난제를 풀어나가는 것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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