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성 노조도 울고 갈 의사집단의 反지성

입력 2024-03-25 17:50   수정 2024-03-26 06:54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어제부터 집단 사직에 돌입했다.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단 간 회동으로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 기류에 대한 기대를 낳았지만, 교수들은 예정대로 사직서 제출을 강행했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을 보면서 과연 대화 의지가 있는 것인지부터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전의교협 회장단은 한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26일로 예정돼 있던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재검토해 달라는 건의와 함께 “의료계도 정부와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이후 한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면허정지에 대해 유연한 처리 방안 마련과 함께 정부-의료계 간 협의체 구성을 주문했다. 전공의 이탈 사태 이후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만을 강조하던 정부가 처음으로 양보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의료계가 진정 대화할 자세가 돼 있다면 사직서 제출을 유예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 순리다.

의사들의 사직서 집단 제출 방식은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반지성적이다. 고려대 교수들은 강당에 모여 총회를 한 뒤 줄을 서서 한 사람씩 단상에 마련해 놓은 플라스틱함에 사표를 잇달아 집어넣었다. 흡사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공개 투표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집단사직을 결의한 적이 없는 자발적 사직이라고 했으나, 실제 전개 과정은 무참하게도 전체주의적이다. 극렬 투쟁을 일삼는 노동조합도 이런 식으로 의견을 모으지는 않는다.

의사들의 사직서 제출로 가장 불안에 떠는 사람은 환자들이다. 교수들이 사직서를 냈다고 당장 병원을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들은 사직서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하는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로 교수들의 주 52시간 근무에 이어 다음달부터 대형병원의 외래 진료가 최소화될 경우 적잖은 의료 차질이 예상된다. 의대 교수들은 면허정지로 전공의들을 협박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들은 사직서로 환자들을 볼모 삼아 더 큰 협박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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