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피해 뻔한데…트럼프는 왜 '관세폭탄' 공약 내걸었나

입력 2024-03-25 19:12   수정 2024-03-26 00:14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외국산 제품에 10% 보편 관세.”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운 공약이다.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겨 미국의 무역수지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관세는 기본적으로 무역 적자를 없애지 못한다”고 했고,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더 비싼 가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예고한 이유는 무엇일까. 관세는 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무역의 승자와 패자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선 무역의 효과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무역을 전혀 안 하다가 어느 날 소고기 시장을 개방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한국산 소고기가 다른 나라 소고기보다 싸다면 한국은 소고기 수출국이 될 것이다. 우리 농민들이 외국에 소고기를 팔아 외화를 벌어오니 좋은 일이다.

한국산 소고기가 다른 나라 소고기보다 비싸다면 한국은 소고기 수입국이 될 것이다. 수입국이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한국 소비자들은 보다 싼 가격에 소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된다. <그림1>과 <그림2>를 비교해 보면 수입국이 되더라도 나라 전체의 경제적 후생이 늘어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시장을 개방해 국내 소고기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를 합친 총잉여가 <그림2>의 삼각형 D만큼 증가한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 무역의 혜택이 모두에게 고르게 분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저렴한 외국산 소고기가 들어오면 한우 농가는 손해를 본다. 무역은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지만, 누군가는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다시 <그림2>를 보면 소비자 잉여는 B와 D만큼 늘어났지만, 생산자 잉여는 B만큼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세는 누구에게 이득일까
몇 년 후 소고기 수입이 급증했다. 그러자 정부가 외국산 소고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수입 소고기는 비싸질 것이고, 그만큼 소고기 수입이 줄어들 테니 한우 농가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수입 소고기를 전보다 비싸게 사 먹어야 한다.

생산자에겐 이득이고, 소비자에겐 손해라면 나라 전체로는 어떨까.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으로 인해 줄었던 생산자 잉여가 일부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관세 수입도 생긴다. 이를 정부 잉여라고도 한다. 반면 소비자 잉여는 줄어든다. 일반적으로는 생산자 잉여와 정부 잉여 증가를 합친 것보다 소비자 잉여 감소가 크게 나타난다. 관세가 국내 생산자를 보호하는 효과보다 소비자 부담을 높이는 부작용이 더 큰 것이다.

다만 관세의 영향은 그 나라의 경제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처럼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의 무역 정책은 국제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런 경우 관세는 그 나라의 경제적 후생을 감소시킨다.

한 나라의 수요가 국제 가격을 움직일 만큼 크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런 나라가 특정 상품에 관세를 부과해 수입이 줄어들면 국제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국제 가격이 변동하면서 그 나라 경제의 총잉여가 전보다 커질 수도 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라면 관세 부과가 반드시 손해는 아닌 셈이다.
보호무역 정책이 보호하는 것
관세가 경제 전체의 후생을 줄인다는 점을 알면서도 많은 나라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다. 수입 물량 제한, 검역 강화 등 비관세 장벽도 쌓는다. 보호무역 조치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대표적인 것이 실업 방지와 유치산업 보호다. 외국 상품이 물밀듯이 들어와 국내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을 막고, 발전 초기 단계 산업이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할 때까지 보호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력을 잃은 산업을 보호하기보다는 새로운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유치산업 보호론은 자칫 특정 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보호를 요구하는 논리로 남용될 위험이 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출이나 수입을 제한하기도 한다. 그러나 안보를 위한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효율성을 포기한 대가는 피할 수 없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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