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밸류업 함께 돕자"…대기업 출신 200여명 뭉쳤다

입력 2024-03-27 18:14   수정 2024-03-28 02:41


경기 김포에 있는 조립식 선반 전문 업체 스피드랙은 최근 3년 새 해외 매출이 20배로 늘었다. 2020년까지만 해도 연간 10억원이 채 안 된 이 회사 수출액은 2021년 미국 최대 e커머스 플랫폼인 아마존에 입성하면서 지난해 200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2022년 ‘5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해 ‘1000만불 수출의 탑’까지 거머쥐었다.

스피드랙이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던 건 “국내 시장의 울타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이었다. 1979년 설립된 스피드랙의 민효기 대표는 해외 시장을 뚫기 위해 한국경제인협회가 운영하는 경영자문단에 도움의 손길을 청했다. 이병기 전 롯데하이마트로지텍 대표와 온라인 영업 경험이 풍부한 최동준 전 SK텔레텍 상무가 투입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스피드랙은 2021년 5월 아마존에 입점하자마자 2주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현재 미국 차고 선반 제품 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하고 있다.
○재능기부로 노하우 전수하는 기업인
세계무역기구(WTO)가 집계한 2022년 세계 상품무역 수출입액 순위에서 한국은 수출 6위(6840억달러), 수입 8위(7310억달러)의 무역 강국이다. 수출로 우리를 앞선 나라는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뿐이다. 사막에서 냉장고를 팔고, 될 때까지 수출로를 두드린 기업인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한경협 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기 경영닥터제 발대식’에서 “대기업의 노하우를 전수해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야말로 K기업가정신의 구현”이라고 말했다.

‘경영닥터제’는 한경협이 운영하는 경영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2004년 첫발을 뗐다. 국내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출신으로 구성된 200여 명의 자문위원과 변호사·변리사·세무사 등 전문위원 30여 명을 포함해 총 234명이 재능 기부로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 출신 비중이 49%에 달한다.
○청년 창업가에겐 ‘한 줄기 빛’
한경협경영자문단은 K기업가정신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추광호 한경협중소기업협력센터장은 “기업가정신이라는 구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영관리, 경영전략, 마케팅전략, 기술사업화, 제조혁신, 글로벌전략 등 6개 분야에 걸쳐 손에 잡히는 현장 지식을 전수한다는 것이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벽지 생산 기업인 금진도 경영 자문 덕분에 위기를 극복했다. LX하우시스 등 국내 건축 자재 기업에만 납품하던 이 회사는 국내 주택시장 불황으로 2022년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차 해외사업부 기획실 출신인 이원순 자문위원이 금진에 해외 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기사회생의 기회가 찾아왔다. 금진은 올 10월께 인도에 2만9000달러어치 제품을 수출하고 인도네시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인테리어 무역상과도 이르면 11월 총 15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청년 창업가들도 경영자문단을 찾고 있다. 웹툰, 웹소설을 현지어로 자동 번역·제작해주는 플랫폼 트루라이트코리아가 대표적이다. 2021년 창업한 한정윤 트루라이트코리아 대표는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금이 필요했지만,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프레젠테이션까지 제대로 아는 정보가 없었다. 이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이 한경협이다.

삼성SDS와 오픈타이드에서 경력을 쌓은 김명호 자문위원은 투자 유치를 위한 경험을 전수했다. 이 덕분에 트루라이트코리아는 2022년 6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신규 거래처도 확보했다. 2021년 2억4000만원가량이던 매출은 지난해 20억원으로 7배 가까이 증가했다.

박의명/김채연/빈난새/김형규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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