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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퍼탭스코강에 놓인‘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가 붕괴하면서 미국 동부의 주요 수출입항인 볼티모어 항이 26일(현지시간) 폐쇄됐다. 대서양과 미국을 연결하는 항구가 폐쇄되면서 미국 동부 해상물류가 마비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미국 기업들은 서둘러 서부 해안으로 물동량을 옮기는 모양새다.
이날 블룸버그는 디지털 화물 플랫폼업체 플렉스포트를 인용해 미국 대기업들이 해운 물동량을 미국 동부 지역에서 서부로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이언 피터슨 플렉스포트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볼티모어 항이 폐쇄되면서 미국 동부 해안에 있는 모든 항구에서 혼잡과 지연이 확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볼티모어 항은 대서양과 미국을 연결하는 주요 수출입항으로 지난해 한 해 동안 5200만t의 국제 화물을 처리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800억달러(107조원) 수준이다. 미국 항구 중 9번째로 큰 규모다. 이 항구는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폐지, 고철 등을 주로 수출하고 자동차, 소금, 제지 등을 주로 수입했다. 또 농기계와 건설 기계, 농산물을 취급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항만이다.
미국 완성차업계의 타격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볼티모어 항은 지난해 자동차와 소형트럭 84만 7000여대를 처리했다. 13년 연속으로 미국 그 어느 항구보다 많은 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볼티모어 항을 이용하는 자동차 업체는 닛산,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폭스바겐 등이다. 해외에서 제조한 자동차를 수입할 길이 막히자 병목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포드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존 라울러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볼티모어 항은 유동량이 많은 항구 중 하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부품이나 자동차 등을 다른 항구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동부 물류 선이 앞으로 몇 달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풍선효과처럼 볼티모어항의 물류 부담이 다른 곳으로 전해지면서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공급망 위험관리업체 에버스트림은 "볼티모어 항에서 발생한 물류 부담은 인근 필라델피아 등으로 번지며 구인난과 공급망 붕괴 압박이 커질 것"이라며 "몇 달간 미 동부지역에 혼잡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미국 경제 전체에 미치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물류망은 타격을 입지만, 장기화하진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 올해 안으로 복구할 가능성도 크다. 컨설팅업체 EY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그레고리 타코는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지만, 거시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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