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위기 전례없는 급증세…英트러스 충격 재발 위험" 경고

입력 2024-03-27 09:28   수정 2024-03-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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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위기가 대규모 감세안으로 전 세계 금융 시장에 큰 충격을 줬던 영국 리즈 트러스 전 총리 재임 시절과 맞먹는 정도의 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 의회 산하 독립 재정분석기구인 의회예산처(CBO)의 필립 스와겔 처장(사진)은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미 연방정부의 부채 부담은 전례 없는 궤도에 들어섰다”며 “ 나랏빚 급증세를 무시한다면 트러스 전 영국 총리 때와 같은 종류의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와겔 처장은 “물론 당시 영국에선 정책 입안자들이 (선제적으로) 취한 조치에 대한 시장 반응이 나타났던 것이었고, 미국은 그런 상황에 이르진 않았다”면서도 “고금리로 차입 비용 규모가 2026년까지 1조달러(약 1343조원)까지 늘어남에 따라 채권 시장이 급격하게 뒤틀릴(snap back) 수 있다” 고 전망했다.



2022년 9월 취임한 트러스 전 총리(사진)는 영국 역사상 최단기간인 45일 만에 물러났다. 50년 만에 최대 규모의 감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장과의 사전 교감이 없었던 데다 세수 손실 확보 방안도 제시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450억파운드(약 76조원) 규모 감세안이 포함된 미니 예산이 발표된 직후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로 폭락했고,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영국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영국 중앙은행이 대규모 채권매입에 나서면서 시장 혼란은 가까스로 진정됐다.

미국 역시 부채 문제를 이유로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작년 8월 피치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했고, 같은 해 11월 무디스는 Aaa 등급을 유지하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끌어내렸다. 두 평가사 모두 조정 배경으로 미국의 재정 건전성 악화를 꼬집었다.

CBO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인 116%를 2029년께 넘어선 뒤 2054년 166%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내용의 장기 경제 전망을 전날 발표했다. 작년 말 기준 미국의 나랏빚 규모는 26조2000억달러(약 3경5200조원)로, GDP의 97%에 달한다.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은 향후 10년간 6% 수준에서 유지될 거란 관측이다.



스와겔 처장은 “2차 대전 기간 쌓인 부채는 대부분 참전 세대에 의해 상환됐다”며 “오늘날의 채무 부담은 현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재정 부담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첫해 추진된 대대적 감세안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경기 부양용 지출 확대 정책을 기점으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재선에 도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득세·법인세 등 감면을 골자로 하는 감세법의 만료 시한을 2025년 이후로 연장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비영리 싱크탱크인 책임연방예산위원회(CRFB)는 감세법이 갱신되면 2026~2035년 연방정부 채무액이 5조달러(약 6718조원·이자 포함)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미 재무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스와겔 처장은 “감세안과 더불어 ‘오바마케어’에 따른 의료 보조금 지급 정책의 시한이 다가오고 있음을 고려할 때 내년은 재정 정책 측면에서 특히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초기 단계에는 미미하게 보이더라도 점점 심화할 가능성이 있는 작은 변화가 향후 금리와 정부 재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학자들은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역시 수년 동안 정부 재정을 낭비해 국가 경제에 부담을 줬다고 지적한다.

미 자산운용사 악사인베스트먼트매니저스에서 거시경제 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데이비드 페이지는 “두 대선 후보 중 누구도 재정을 바로 세우는 일을 말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킴벌리 클로싱 선임연구원은 “인구통계학적 측면에서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책 입안자들은 재정 적자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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