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볼 때마다 몰래 떼어가더니…내년부턴 500원 아낀다

입력 2024-03-27 15:04   수정 2024-03-27 16:44


극장에서 영화를 본 관람객을 대상으로 입장권 가액의 3%(약 500원)를 징수하는 영화입장권부과금이 내년부터 전면 폐지된다. 여권 발급자 대상으로 1만5000원(10년 유효 복수여권 기준)을 걷던 국제교류기여금은 올 하반기부터 1만2000원으로 인하된다. ▶본지 1월8일자 A1,10면 참조

기획재정부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준(準)조세 성격의 부담금은 세금은 아니지만 특정 공익사업과 연계해 법률에 따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돈이다. 올해 기준 91개의 부담금이 있으며, 징수 총액은 24조6157억원에 달한다.

원인자·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른 징수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일부 부담금은 이 원칙을 위배한 채 국민과 기업들로부터 관행적으로 걷어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재계와 시민단체의 구조조정 요구가 잇따랐다. 경제개발 시기 재정 여력이 부족해 공익사업 재원을 부담금에 의존한 1970~1980년대와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관행적으로 부담금을 걷어온 것이다.

국민과 기업이 영위하는 각종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징수액도 불어났다. 부담금관리기본법이 제정된 2002년 102개였던 부담금 수는 올해 91개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부담금 징수액은 7조4000억원에서 24조6157억원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1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91개에 달하는 현행 부담금을 전수조사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부담금 제도를 전면 대수술할 것을 주문했다.

주무 부처인 기재부는 관계 부처와 함께 두 달간의 실무 협의를 거쳐 91개 부담금 중 22개를 폐지해 69개까지 줄이기로 했다. 14개 부담금에 대해서도 부과 요율을 낮추고, 감면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연간 2조원 수준의 국민·기업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계획이다. 부담금 제도가 전면 개편되는 건 1961년 제도 도입 이후 63년 만이다.
○국민 체감 부담 완화
정부는 91개 부담금 중 원인자·수익자 부담원칙에 부합하지 않거나 부과 요율 및 대상 등 부과기준의 합리성이 부족한 36개를 정비하기로 했다. 폐지가 22개, 감면은 14개다. 폐지하기로 한 부담금 중 4개는 앞서 지난 1월 1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폐지가 확정됐다. 당시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에 붙는 부가금, 농어민에게 걷는 전기사용자 일시부담금, 손해보험사가 내는 화재보험협회 출연금 등을 폐지했고, 전기·전자제품 재활용과 회수에 각각 부과하던 부과금은 통합했다.


우선 국민들이 그동안 납부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거나 체감도가 높은 부담금 8개를 정비하기로 했다. 2007년부터 극장에서 영화를 본 관람객을 대상으로 입장권 가액의 3%를 징수하는 영화입장권부과금은 관련법 개정을 거쳐 내년부터 전면 폐지된다. 관람료 1만5000원 기준시 500원을 아낄 수 있게 된다. 영화입장권부과금은 영화 제작자 및 배급사가 아니라 관객이 낸 돈으로 영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외교부가 1991년부터 여권 발급자 대상으로 1만5000원(10년 유효 복수여권 기준)을 걷던 국제교류기여금은 올 하반기부터 1만2000원으로 인하된다. 단수여권 및 여행 증명서는 면제된다. 시행 당시 상대적으로 유복한 해외여행객에게서 기부금을 걷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부담금을 연간 해외여행객이 2000만 명에 달하는 지금도 걷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항공권을 구입할 때 관광진흥(1만원)과 국제질병 퇴치(1000원) 명목으로 징수해 왔던 출국납부금은 내년부터 7000원으로 인하된다. 국제질병 퇴치(1000원) 항목은 폐지하고 1만원의 관광진흥 항목은 7000원으로 인하된다. 출국납부금 전액 면제 대상도 기존 만 2세에서 12세로 확대된다. 예를 들어 12세 미만 자녀 2명이 있는 부부의 경우 출국할 때 내년부터 3만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걷을 때 국민과 기업에 3.7%씩 추가 징수하는 전력기금 부담금은 단계적으로 인하해 2025년 7월까지 2.7%로 부과 요율을 1%포인트 낮춘다. 기재부에 따르면 뿌리 업종의 경우 종전 대비 연 62만원을 덜 내게 된다.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전력기금 부담금 징수액은 지난해 2조1149억원에서 올해 3조2028억원으로 많이 늘어났다.

이 밖에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판매업자에게 걷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의 수입·판매부담금은 종전 대비 30% 수준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가스요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보험료에 포함되는 자동차 사고 피해지원사업분담금은 3년 한시로 50% 인하해 보험료 인하를 유도할 예정이다. 어민에게 부과하던 수산자원조성금은 폐지해 영세 어민의 부담을 완화해 주기로 했다.
○기업 경제활동 촉진
정부는 민간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요금·가격 등을 통해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부담금도 정비할 방침이다. 우선 분양사업자에게 분양가격의 0.8%(공동주택 기준)를 징수하던 학교용지부담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저출산에 따른 학교 신설 수요 감소를 감안해 폐지하겠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개발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개발부담금(개발이익의 20% 또는 25%)은 올해에 한해 수도권은 50%, 비수도권은 100% 한시 감면해 주기로 했다. 원인자·수익자 부담원칙엔 부합하지만, 올해 건설경기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부담금을 한시 면제해 주기로 한 것이다.

영세 기업의 부담 완화를 위한 부담금 정비도 추진한다. 경유차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환경개선부담금은 영세 자영업자 대상 50%를 인하한다. 여객운송사업자에게 부과하는 운항관리자 비용부담금은 안전운항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폐지한다.

이 밖에도 농지보전부담금, 대체산림자원조성비, 장애인고용부담금, 방제분담금 등을 정비할 계획이다. 경제·사회 여건 변화로 부과 타당성이 낮거나 징수실적이 거의 없는 해양심층수 이용부담금, 댐건설법 수익자부담금, 광물 수입부과금 및 판매부과금 등 13개 부담금은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모든 부담금 존속 기한 10년 설정
정부는 폐지·감면을 확정한 32개 부담금 대상으로 법령 제·개정에 즉시 착수해 시행령 등 개정사항은 올해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법률안을 개정해야 하는 경우 국회에 올 하반기 개정안을 일괄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번에 정비 대상으로 확정한 32개 부담금의 올해 징수 총액은 9조6000억원이다. 폐지·감면에 따른 연간 경감 규모는 2조원이다. 정부는 부담금 정비에 따라 감소하는 2조원의 재원은 재정이나 기금 효율화를 통해 충당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존속이 확정된 부담금에 대해서도 존속 기한을 예외 없이 의무적으로 설정할 방침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현행 존속 기한 명시 규정에도 불구하고 예외 조항에 따라 6개 부담금만 존속 기한이 설정돼 있다. 앞으로는 모든 부담금에 예외 없이 10년 이내 존속 기한을 설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제·사회 여건 변화 등을 감안해 요율 적정성 등에 대해서도 지속 점검할 예정이다.

부담금이 임의로 무더기 신설되는 것을 막기 위한 타당성 평가제도도 도입된다. 부담금 신설 전 객관적인 타당성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 결과를 토대로 민간 위원이 참여하는 부담금운용심의회에서 신설 여부를 심의할 계획이다. 지금은 각 부처에서 부담금 신설에 관한 계획서만 제출하고 있다.

부담금 부과·징수에 대한 분쟁 심사·조정 기능도 강화된다. 기재부는 부담금분쟁조정위원회(가칭)를 신설해 장시간이 소요되는 행정쟁송 또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청구 이전에 신속한 권리구제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강경민/이광식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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