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퇴임 이후 더 호감 가는 대통령…부시는 퇴역 군인들과 골프 즐겨

입력 2024-03-29 18:16   수정 2024-03-30 01:10

콘돌리자 라이스, 힐러리 클린턴 등 미국 국무부 장관의 정책 고문을 거쳐 골드만삭스 등에서 임원을 지낸 재러드 코헨이 쓴 <권력 이후의 삶(Life After Power)>은 역대 미국 대통령의 퇴임 후 삶을 들여다 본다.

책에서 다루는 전임 대통령은 총 7명이다. 미국 건국 주역 중 한 명이자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1801~1809년 재임)부터 존 퀸시 애덤스(1825~1829년), 그로버 클리블랜드(1885~1889년·1893~1897년), 윌리엄 태프트(1909~1913년), 허버트 후버(1929~1933년), 지미 카터(1977~1981년), 조지 W 부시(2001~2009년) 등이다. 저자는 “몇몇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안에서보다 (퇴임 후) 그 밖에서 더 많은 것을 성취해냈다”고 말한다.

백악관에서 나온 뒤 대학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대통령이 많다. 제퍼슨은 퇴임 후 버지니아대를 설립했다. 태프트는 1913년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예일대에서 연봉 5000달러를 받으며 헌법을 가르쳤다. 당시 껌을 씹으며 강의를 지루해 하는 학생들을 위해 더욱 활기찬 수업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의 강의 내용은 오늘날까지 정치학자와 비평가가 종종 인용하곤 한다.

후버는 스탠퍼드대에 자신의 이름을 딴 ‘후버연구소’를 세워 현대 미국 보수주의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 연구소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싱크탱크로 평가받는다. 후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과 학술 활동을 이어갔다. 이는 40년 후 카터에게 본보기가 됐다.

카터 역시 퇴임 후 정치 밖에서 자신의 무대를 찾았다. 미국 애틀랜타의 ‘카터센터’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농업 혁명 운동을 전개했다. 동시에 치명적인 기생충 질환인 기니흡충증 퇴치에도 나섰다. 마침내 카터는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저자는 정치에서 은퇴했지만 국제 무대에서 끊임없는 존재감을 드러낸 카터를 두고 ‘끝없는 대통령직’의 역설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부시에 대한 장이다. 저자는 부시 본인과 그의 가족, 친구 등에 대한 접근을 통해 자연인으로서 부시의 모습을 가장 솔직하고도 연민 어린 시각으로 조명한다. 퇴임 당시 지지율이 34%에 불과했던 부시는 최근 조사에서 60%를 기록하고 있다. 코헨은 그 이유로 “부시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조용히 지낸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것이 정치적인 시대에 정치에서 손을 뗀 덕분에 존경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시가 퇴임 후 발표한 회고록은 다소 파격적이었다. 중년에 알코올과의 싸움에 대한 솔직한 고백부터 이라크 전쟁, 허리케인 카트리나, 금융위기 등 재임 당시 주요 사건의 뒷이야기를 다뤘다. 회고록은 금세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현재 아프리카의 에이즈와 말라리아, 전 세계 자궁경부암 퇴치 등 운동에 나서고 있다.

부시는 특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상처를 안고 있는 퇴역 군인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연한 계기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 부시는 ‘스튜디오 43’이란 작업실을 운영 중이다. 신체적 장해를 입은 퇴역 군인과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골프를 치며 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부시는 죄책감이 아니라 자부심으로 그들을 그린다고 말했다.

정리=신연수 기자

이 글은 WSJ에 실린 리처드 노튼 스미스의 서평(2024년 2월 10일자) ‘Life After Power Review: Postpresidential Pursuits’를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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