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와 달리 파라다이스 등 다른 카지노 기업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강원랜드만 실적 회복에서 소외된 셈이다.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강원랜드 이용객 상당수가 싱가포르 마카오 필리핀 등 해외로 갔고 일부는 온라인 도박 등으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강원랜드가 수 조원을 들여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배경이다.
강원랜드는 설립 초기부터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앉을 자리조차 없는 곳으로 ‘악명’ 높았다. 그런데도 강원랜드는 대규모 신규 투자를 꺼렸다. 정부가 도박 중독 확산 등 부작용을 우려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입장료 징수, 영업시간 제한, 베팅 한도 제한 등의 규제로 이용객들의 원성을 샀다. 카지노 영업이 너무 잘 돼도 정부에는 부담이었다.
마카오 싱가포르 필리핀 등에 대규모 카지노가 속속 들어선 것도 영향을 줬다. 이들 국가는 전략적으로 카지노산업을 키우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인도 많이 찾는다. 해외 원정 도박은 불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적발이 쉽지 않다.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2029년 오사카에 대규모 복합리조트가 문을 연다. 투자액이 11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 카지노가 생기면 강원랜드는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서울에서 강원랜드로 이동하는 데 4시간가량 걸리는데, 서울에서 오사카 구간은 비행기로 2시간 이내다.
작년 기준 강원랜드 매출의 약 87%가 카지노에서 나왔다. 스키, 골프, 콘도 등 비(非)카지노 매출은 13%에 불과했다. 강원랜드는 K팝, K푸드 등을 연계해 학생들이 관련 수업을 듣게 하고 건강검진 등 의료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한 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32년 비카지노 매출 비중을 3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는 그동안 강원 지역 주민들이 요구해온 것이기도 하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특혜를 준 사업이다. 하지만 2000년 설립 이후 기대했던 강원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강원랜드에 사람이 몰려와도 도박만 할 뿐 주변에서 돈을 안 쓴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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