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에 깊숙이 침투…'초소형 로봇'이 약물 전달

입력 2024-03-31 18:58   수정 2024-04-01 01:27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30년 혈구 크기의 아주 작은 로봇이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치유해 영생불멸이 가능한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암 진단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로봇이 이런 미래를 현실화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 바이오넛은 약물전달체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로봇의 임상 1상을 올해 말 시작할 계획이다. 마이크로로봇을 치료에 활용하는 세계 첫 임상시험이다. 이들이 개발한 마이크로로봇은 암세포나 중추신경계에 도달해 약물을 투여하거나 생체 검사를 위해 조직을 채취할 수 있다. 마이클 슈피겔마허 바이오넛 대표는 “(기존 치료법은) 환자 몸에 약물을 융단폭격하는 것”이라며 “마이크로로봇은 뇌 깊숙이 있는 표적에 약물을 직접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로봇은 약물 투여 정확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약물 부작용은 많은 경우 약물이 원하는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 작용해 발생한다. 독성이 문제가 되는 항암제 분야에 마이크로로봇을 활용하면 세포치료제나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최신 치료 접근법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 석학인 브래들리 넬슨 스위스 취리히공대 교수는 지난해 학술지 ‘사이언스’에 “신약 후보물질 중 30%는 독성으로 임상에 실패하는데 대부분 약물전달 방법이 잘못돼 발생한다”며 “마이크로로봇은 독성으로 쓰지 못한 약물을 재사용할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로봇을 원하는 위치까지 정확하게 조종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다양하다. 대부분은 자기장을 이용한다. 중국 국립과학원 연구진이 개발한 물고기 모양 마이크로로봇은 자기장에 따라 혈관을 타고 움직이다가 암세포에 도달하면 입 부분에 있는 약물을 방출한다.

온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이 개발한 마이크로로봇은 형상기억합금으로 제작됐다. 바늘구멍을 통과할 만큼 작은 꽃게 모양 로봇이 온도에 따라 다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이동한다. 연구진은 이 로봇을 암 치료나 혈관 청소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람 세포로 만든 마이크로로봇도 나왔다. 지난해 11월 미국 터프츠대 연구진이 공개한 ‘앤트로봇’은 인간의 상피세포로 만들어 일반 마이크로로봇보다 독성이 낮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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