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돼봐야 문책 가시방석"…기피 보직 된 경찰의 꽃

입력 2024-03-31 18:39   수정 2024-04-01 08:14

“경찰서장이 ‘경찰의 꽃’이라던 시절도 갔죠. 혜택은 없고 문책당하기만 쉬운걸요.”

경찰 고위직 승진을 노리는 광역경찰청 소속 A총경은 경찰서장을 가급적 하지 않고 승진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커리어 관리를 위해 서장을 하긴 해야 하는데 딱 한 번만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A총경은 “큰 사건·사고가 터지면 서장부터 징계 대상이 된다”며 “커리어에 흠집만 나고 퇴직연금이 깎일 수 있다며 꺼리는 정서가 간부 사이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31일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찰 조직 내에서 ‘경찰서장 무한 책임’이 강조되는 분위기가 강해지며 최근 서장 보직 기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일선 경찰들이 음주운전, 폭행 등 사고를 치면 매번 “서장이 직원 관리를 똑바로 안 한 탓”이라고 비난하는 경찰 윗선과 사회적 압력이 부담된다는 것이다.

전국에는 총 259곳의 경찰서가 있다. 보통 총경 계급(전국 639명)을 단 경찰이 서장으로 발령받는다. 13만1046명의 경찰 중 대부분은 총경 계급을 달지 못하고 정년퇴직한다. 총경 중에서도 일부만 서장을 달기 때문에 선망받는 자리였다. 일반직과 비교하면 4급(서기관급)에 불과하지만 거느리는 직원이 많게는 700명에 달하고 선거 사범을 관리 감독하기 때문에 지방에선 시장·군수급으로 떠받들렸다. 10년 전만 해도 ‘총경 중에 서장 안 하겠다는 사람은 없다’고 할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최근 10년 새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는 게 경찰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전에는 전용 운전기사와 비서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서장의 비공식 의전을 담당하던 정보과는 최근 조직 개편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졌다. 직원 전용 내부망 ‘현장활력소’의 게시판이 활성화되면서 갑질 등으로 입길에 오르내리는 일도 잦아졌다.

책임은 커졌다. 지난해 7~8월 광주광산경찰서장, 인천중부경찰서장, 서울 수서경찰서장 등은 직원들의 일탈을 이유로 모두 서장직을 갑자기 내려놔야 했다. 예전에는 각 부서에서 챙기던 사건·사고와 112 신고를 이제는 서장이 직접 챙기는 일이 늘었다.

최근 총경들에게 인기 있는 자리는 경찰서장이 아니라 경찰대, 중앙경찰학교와 같은 교육기관 근무다. 서장보다 하는 일이 적고 업무가 쉬운 데다 무엇보다 책임질 일이 없어서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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