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중국과 손 잡겠다"…동남아는 왜 미국에 등 돌렸나

입력 2024-04-03 16:14   수정 2024-04-0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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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에서 미국보다 중국과의 동맹을 더 선호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슬람 신도인 무슬림 비중이 큰 지역인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친(親)이스라엘 행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2일(현지시간) 홍콩 현지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싱가포르 ISEAS-유소프이삭연구소가 ‘2024 동남아 현황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현재의 미·중 갈등에서 한 국가를 택해야 한다면 어디를 고르겠느냐"는 질문에 50.5%가 중국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49.5%로 중국에 뒤처졌다.

아세안 국가에서 중국에 대한 선호도는 지난해 38.9%에서 약 12%포인트 가까이 상승했지만, 미국은 지난해 61.1%에서 50%대 밑으로 떨어졌다.

2019년부터 실시해온 이 여론조사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지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말레이시아(75.1%), 인도네시아(73.2%), 라오스(70.6%), 브루나이(70.1%)와 태국(52.2%)에서 중국을 선택한 응답자 수가 많았다. 지난해 조사보다 2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이들 국가는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혜택을 받았으며 중국과 밀접한 경제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후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한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 질서를 유지한다는 미국 정부의 약속과 달리 편향됐다는 비판이다. 이 때문에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부정적으로 변했다. 실제 응답자 중 27.5%가 가자 전쟁으로 국제법과 규칙 기반 질서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정 자이안 부교수는 “이스라엘을 조사하려는 유엔 결의를 미국이 보류하거나 거부하려는 행보를 보이면서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동남아에 무슬림 인구 비중이 높다는 점도 선호도에 영향을 줬다.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 가운데 46% 이상은 가자 전쟁이 지정학적 측면에서 주요 관심사라고 답했다. 특히 무슬림이 다수인 국가들은 최우선 관심사로 꼽았다. 응답자의 41.8%는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과도했다며 우려를 표했고, 20%만이 이스라엘이 국제법에 따라 하마스에 보복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이스라엘의 행동이 정당하다는 응답은 8.8%에 그쳤다.

미국을 향한 지지는 필리핀(83.3%), 베트남(79%), 싱가포르(61.5%), 미얀마(57.7%) 등에서 높았다. 필리핀과 베트남은 중국과 남중국해(서필리핀해·동해)를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인 필리핀에서 미국을 택한 응답은 지난해 78.8%보다도 더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의 샤론 세아 수석 연구원은 "중국과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국가가 없어지면 동남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호도와 무관하게 중국이 동남아에 가장 경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국가(59.5%)로 꼽혔다. 전략적 힘을 가진 국가(43.9%) 1위에도 올랐다. 아세안의 11개 대화 상대국 중에서도 중국은 ‘전략적 관계성’ 측면에서 11점 만점에 8.98점으로 미국(8.79), 일본(7.48) 등을 제치고 최우선에 올랐다.

다만 주요 선진국에 대한 신뢰를 물었을 땐 일본(58.9%)이 1위였으며, 미국(42.4%)이 뒤이었다. 응답자 50.1%는 중국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으며, 그중 45.5%는 중국이 군사적·경제적으로 동남아의 주권과 이권을 위협할 것을 우려했다.

이번 조사는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가 아세안 지역 민간 기업, 정부, 연구 기관 등에 소속된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지난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올해 조사는 지난 1월 3일부터 2월 23일까지 실시됐다. 아세안 10개 회원국 국민 약 2000명이 응답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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