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리칭 작가 "사람의 아이디어를 AI가 구현했다면 예술"

입력 2024-04-04 18:59   수정 2024-04-05 00:02

“인공지능(AI)으로 도출한 ‘결과물’도 예술이라고 인정해야 합니다.” 디지털 아트와 설치미술 분야 거장인 대만계 미국 작가 슈리칭(사진)은 AI의 창작 활동에 대해 다소 파격적인 해석을 내놨다. AI가 작품을 생성하도록 인간이 아이디어를 내놓는 한 AI는 예술의 도구에 불과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89번가에 있는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만난 슈리칭은 주요 작품이 구겐하임미술관과 뉴욕현대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등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 미술관에 소장된 유명 작가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고 있다. 지난달 초 LG와 구겐하임미술관이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예술 활동을 한 작가에게 주는 ‘LG 구겐하임 어워드’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파리에 거주 중인 슈리칭은 시상 행사 참석차 뉴욕에 머물고 있다.

슈리칭은 인터넷 기술 초창기인 1990년대 인터넷을 활용한 ‘넷 아트’ 분야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이후에도 가상현실(VR)과 코딩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실험적인 예술 작품을 내놓아 주목받았다.

그런 그에게 AI는 예술적 표현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슈리칭은 “과거에도 예술가들은 연필부터 유화에 필요한 물감까지 항상 새로운 기술을 활용했다”며 “더 넓은 의미에서 (예술에 활용되는) 기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AI를 교육하는 것은 인간의 책임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AI는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며 “(올바른 결과가 나오기 위해선) 어떠한 정보를 넣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리칭은 1979년 미국 뉴욕대에서 영화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당시에 느낀 인종과 젠더 차별이 예술 활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슈리칭은 “당시 사람들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예술은 백인 남성만의 소유물로 여겼다”며 “아시아계 여성이라는 소수 집단은 앞서가는 기술을 작품에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이 오히려 그런 기술을 작품에 활용하는 동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의 대표작 ‘브랜던’은 1993년 미국에서 발생한 트랜스젠더에 대한 성폭행 및 살인 사건을 계기로 제작했다. 슈리칭은 “상대방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는 사이버 공간에 성전환 수술을 했다가 증오범죄에 희생된 브랜던이라는 사람에 관한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며 “하지만 사이버 공간 또한 인종과 젠더 문제에 민감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슈리칭은 요즘도 작품 활동과 관련한 여러 최신 기술을 공부하고 있다. 최근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한 바이오 연구소에 몸을 담기도 했다. 그는 일흔의 나이에도 예술을 위한 학구열을 불태우는 것에 대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작품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가장 큰 원동력”이라며 “사회·정치적인 문제나 성평등 같은 이슈를 다루고 싶을 때는 항상 이 작품을 만들지 않으면 대중에게 이 문제를 전달할 수 없을 듯한 긴박감을 느낀다”고 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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