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도 성장할 땐 늙지 않는다"…취미부자로 사는 '두 번째 청춘'들

입력 2024-04-08 18:44   수정 2024-04-16 15:40


‘60대 같은 70대, 70대 같은 80대….’

지난 5일 방문한 광주광역시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은 시간이 멈춘 듯 다른 세상 같았다. 대개 얼굴을 보면 대략적인 나이를 가늠할 수 있지만 여기선 번번이 예상이 빗나갔다. 검도교실이 열린 타운 대강당에선 5열 횡대로 늘어선 감색 도복의 70~80대 노인 30여 명이 날쌘 몸놀림으로 죽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10 대 1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댄스 교실엔 90대 노인도 수두룩하다. 아쿠아로빅이 한창인 수영반, 부채춤을 배우는 한국무용반, 통기타반 등 어딜 가나 노인들의 배우려는 열기로 후끈했다. 이곳엔 플루트, 수채화, 팝송영어, 미디어 영상편집, 유튜브크리에이터, SNS 등 180개가 넘는 노인 대상 건강·취미·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연간 회원 8만 명, 하루 이용자는 평균 2000명에 달한다. 김용덕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본부장은 “축구장 3개가 넘는 총 2만㎡ 이상 면적의 시설 규모뿐만 아니라 이용 면에서도 아시아 최대”라며 “노인들의 천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亞 최대 노인타운에서 펼쳐지는 일
60대 연령 이용자를 여기선 ‘아기’라고 칭한다. 이용자 평균 연령층은 75세다. 광주 남구 노대동에 있는 타운 내 주차장엔 스포츠카, 외제차가 많아 눈에 띄었다. 한 사회복지사는 “사별한 지 오래된 70~80대 남성들이 같은 연령대 이성들로부터 인기를 끌려고 좋은 차로 바꾸기도 한다”며 “향수를 뿌리고 다니는 ‘멋쟁이’ 80대도 많다”고 말했다.

보통 1년 3학기로 운영되는 프로그램 종강 때엔 수강생들이 집에서 음식을 가져와 나누는 ‘쫑파티’도 한다. 한 사회복지사는 “마치 대학시절 동아리와 비슷한 분위기”라고 했다.


활기 있고 즐거운 하루하루가 축적되자 건강을 되찾은 사례도 늘고 있다. 증손주까지 둔 98세 오모 할아버지는 매일 오전 물리치료를 받으러 타운을 방문해, 목욕하고 점심을 먹은 뒤 장기·바둑을 두거나 영화를 본 후 집으로 돌아간다. 장수비결을 묻자 “나이가 몇인데 건강이 좋겠어”라면서도 “매일 10㎞를 걷는다”고 말했다. 한때 하루 소주 5~6병(2L)을 마실 만큼 극심한 알코올중독에 빠져 이혼까지 겪어야 했던 75세 조모 할아버지. 그는 수차례 폐쇄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 끝에 이 타운에서 친구들을 사귀며 술 중독을 끊고 건강을 회복했다. 그는 “올해로 금주 8년 차이지만 술을 보면 마음이 흔들려 한모금도 마시지 않는다”며 “타운내에서 자원봉사도 하고 운동을 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과 사별하고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80대 백모 할머니 역시 타운에서 건강을 되찾았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갈 곳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가”라고 말했다.

드론 촬영, 노노 강사로 ‘제2의 삶’
이 타운은 광주시가 ‘노인복지 1번지’를 만들겠다는 계획 아래 일본 고베의 실버타운 ‘행복촌’을 벤치마킹해 조성했다. 약 1000억원이 투입돼 2009년 문을 열었다. 국가 재정지원 없이 전액 광주시 예산과 자체 사업만으로 운영된다. 보증금만 수억 원, 매달 이용료 수백만 원을 내야 하는 고급 실버타운이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 된 것과는 달리, 이 타운은 누구나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 끼 식사비 3000원, 목욕탕 이용료 3000원, 물리치료비는 1회에 1500원에 불과하다. 월간 프로그램 수강료도 5000원이다. 김 본부장은 “광주 시민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이사 올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백세인연구단을 이끄는 박광성 전남대 의대 교수는 “이 타운은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오래 살며, 국가가 초고령 사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테스트베드”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이 타운은 식당 업무 보조, 타운 관리 등으로 연간 360명의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상당수 수강생은 강사로 변모해 전국 각지에서 노인이 노인을 가르치는 ‘노-노 강사’로도 활동한다. 김 본부장은 “드론 촬영가, 유튜버, 시니어모델, 숲해설사 등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분이 많다”고 했다.

이러다보니 전세계에서 이 타운을 ‘벤치마킹’하러 견학온다. 2009년 개원이래 중국, 미국, 일본, 대만, 핀란드, 노르웨이, 호주, 싱가포르 등 10개국의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노인복지 관계자 1만5000여명이 이곳을 방문해 노하우를 배워갔다.

광주=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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