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육아와 간병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다락같이 오른 최저임금이 가사도우미 쪽으로도 파장이 미치는 것이다. 한국은행과 KDI 공동 세미나에서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하루 10시간 이상의 전일제 가사·육아 도우미를 쓸 경우 월평균 264만 원이 들어간다. 30대 가구 중위소득 509만 원의 절반을 웃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이 나서 외국인 인력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필리핀 근로자 등을 돌봄 인력으로 도입하는 홍콩·대만·싱가포르보다 한국의 비용이 4~6배에 달하는 현실에 “오죽하면 중앙은행까지 나섰겠나”라는 평가가 나왔다. 외국인 활용을 유인할 수 있는 돌봄 도우미 차등 임금, 불가피해졌나.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국가적 재앙으로 인식된다. 지난 20여 년 간 수백조 원의 천문학적 돈을 투입해도 개선되기는커녕 초저출산율은 불명예스러운 세계 1위가 계속된다. 지방에서는 인구절벽으로 인한 지역 소멸 위기론도 고조되고 있다. 전일제 도우미를 쓰면 20~30대 여성 경제활동 인구의 평균임금(월 300만 원)의 88%가 이 비용으로 나간다. 육아 돌봄 도우미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게 저출산의 큰 요인이다. 간병 인력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요양병원 등의 월평균 간병비는 370만 원(2023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224만 원)의 1.7배에 달한다. 40~50대 평균 중위소득(588만 원)의 60%를 웃돈다. 더구나 국내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법정 최저임금보다 더 많이 줘야 사람을 구할 수 있다. 임금 시장을 왜곡시킬뿐더러 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업종, 내외국인, 지역 및 연령의 구별 없이 획일적으로 시간당 9620원인 최저임금 때문이다. 외국인 도우미를 받아들이려 해도 이 규정이 막는다. 업종별 차등제로 돌봄 도우미 업종의 시급을 따로 정해야 한다. 외국인 특례 조항으로 과도한 비용 지출을 막아야 한다. 홍콩·대만 정도의 비용으로 한국에서 돌봄 일을 하러 들어올 외국인은 널렸다. 미국·일본·독일·호주 등 많은 나라가 업종별·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고 있다. 인력 조달을 합리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영유아를 보살피는 육아와 노인과 환자를 돕는 간병 서비스는 아주 중요한 근로 시장이다. 최저임금을 낮추면 이 분야 노동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가뜩이나 열악한 돌봄 서비스 노동시장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 업종만 최저임금을 특별히 낮게 설정하면 이쪽으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이 4~6배나 높은 산업으로 바로 이동하면서 불법체류 외국인이 급증할 개연성도 크다. 돌봄 인력이 행정관리 지대 밖으로 몰려가면 무허가 인력 중개업소들이 생기면서 범죄 요인이 커질 수도 있다.
돌봄 도우미 업종에서 최저임금 기준을 달리하면 내국인 도우미 임금도 함께 내려가고, 임금 하락은 다른 쪽으로도 영향을 미쳐 근로자들의 수입이 줄어든다. 그래서 노조단체 등 노동계는 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가뜩이나 불안정한 노사관계에 대형 불안 요인을 새로 만들면서 사회적 갈등거리만 추가하는 게 된다. 다른 많은 산업이나 업종에서도 차별 적용을 해달라고 하면 최저임금위원회와 정부는 일일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럴 만큼 중요하지 않다. 직업의 종류나 국적에 상관없이 같은 최저임금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한국이 보편적 잣대를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방한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반(反)인권이라는 비판을 무시해선 안 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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